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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친절한 코나미 씨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종트리님께 드린 팬아트



대뜸 뒤로 다가붙는 몸뚱어리가 있다.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쑥 집어넣더니 양팔로 허리를 감고 들어 올리는 몰지각한 자가 있다. 그리고 양반다리를 한 다리 가운데로 감히 코나미 키리에를 들어다 그대로 쑥 앉히는 버르장머리 없는 짓을 할 수 있는 자는 여기에 한 명밖에 없다. 카라스마 쿄스케. 돌아보지 않아도 빤하다. 코나미 키리에는 당황하면서도 성가시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저를 끌어안는 저보다 어린 후배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린다. 그가 코나미 키리에의 오른 어깨 위로 고개를 푹 숙인 탓에 코나미 키리에는 오른손을 뻗어 위로 올리기만 하면 손쉽게 그의 더벅머리 사이로 손을 쏙 집어넣을 수 있다. 마치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라이진마루를 쓰다듬듯이? 하지만 아무리 개털 같은 사람의 머리카락도 진짜 개털과 카피바라 털과는 다른 법이다. 하지만 대뜸 저에게 엉겨 붙어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이 개 같다고 하면…… 조금 욕설 같이 들리겠지. 그렇다고 강아지 같다고 하기엔…… 열여섯 살이나 먹었으면 강아지가 아니라 개지! 그렇지만 일전에 듣기로 카라스마 쿄스케는 고양이자리라고 들었던 것 같다. 펭귄자리인 저와 다르다…… 그런데 펭귄과 고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지? 카라스마 쿄스케와 제가 싸우면 제가 이기겠지만! 아무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주제에 금방 놓아주지도 않는 카라스마 쿄스케의 머리를 밀어내는 코나미 키리에다. 토리마루. 무거워. 정말로 무게로 따지자면 무릎 위에 코나미 키리에를 올려둔 카라스마 쿄스케가 카라스마 쿄스케의 머리만 어깨 위에 얹은 코나미 키리에보다 더 큰 무게를 느끼겠지만 코나미 키리에가 알 바는 아니다. 꾸욱 꾸욱 밀어낼 뿐이다. 토리마루. 한 번 더 그의 별명을 부르면서.


“비켜, 좀.”

“잠시만 이러고 있어 주세요, 코나미 선배.”


바짝 붙은 얼굴에서 들려오는 대답이 낯간지럽고, 또 진짜로 간지러워서 코나미 키리에는 ‘안 떨어지면 트리거 온 해서 메쳐버린다’라고 엄포를 놓으려던 말을 꿀꺽 삼킨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토리마루. 어딘가 가라앉은 목소리의 토리마루. 어리광을 부리는 토리마루? 성가시고 귀찮고 개…… 아니, 강아지 같다. 그렇게 생각해 버리면 ‘강아지’라는 단어가 가지는 마법의 효과로(정말로?) 어딘가 밀쳐내기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툴툴거리며 골을 내길 멈추지 않는 코나미 키리에고, 그럼에도 트리거를 기동하여 벗어나지는 않는 코나미 키리에다. 무슨 일 있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어린 후배. 저보다 한 살밖에 어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코나미 키리에보단 어리다. 보더 임무가 아니면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살아가는 그를 알기도 하다. 흠.


꾹꾹 밀어내던 손이 툭툭으로 바뀐다. 또는, 톡톡. 아, 코나미 키리에는 친절하다! 코나미 키리에는 카라스마 쿄스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잠시는 아니고, 꽤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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