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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진 씨랑 사귀신다면서요?

  • gwachaeso
  • 4월 11일
  • 2분 분량

<WT>

토리코나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대답하며 코나미 키리에는 온 얼굴을 찌푸리다 못해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고, 질색하는 모습을 보며 카라스마 쿄스케는 조금 안심하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진과 코나미 사이의 염문설은 타마코마 지부에선 사실상 발설이 금지된 화제였지만, 보더 본부에선 심심찮게, 공공연히 오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타마코마 지부에서도 알 사람은 다 알았다. 그 예로 아마토리 치카는 스나이퍼 모임에서 만난 스나이퍼들에게서 몇 번이나 그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고, 쿠가 유마는 진에게 딱 한 번만 물어봐 주면 안 되냐는 미도리카와 슌의 부탁을 받았다. 자신은 진이 무엇을 말하든 그대로 믿을 게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원들의 처지가 그러하니 타마코마 제2부대의 대장인 미쿠모 오사무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지나치게 개인적인 정보가 아닌가! 아무리 진과 코나미 두 사람과 막역한 사이라고 해도 ‘아니’라고 했을 때의 파장을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만약 두 사람이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묻기라도 하면 이 상황을 직접 설명해야 하는 책임을 도맡게 된다. 진이라면 그의 사이드 이펙트로 이러한 미래를 미리 보았을 테니 그나마 수월하겠으나, 코나미의 반응은 그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맞다’고 해도, ‘아니’라고 해도. 그런 가운데 소문은 타마코마 제1부대의 카라스마에게도 닿았다. 그리고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코나미를 찾아간 그는 소문에 관해 직접 물었다.


“진 씨랑 사귀신다면서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코나미 키리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소문을 일축했고 이는 카라스마 안에 꽤 좋은 인상을 남겼다. 사실 카라스마에게 코나미의 찡그린 표정은 제법 익숙했다. 코나미는 거짓말에 잘 속아 넘어갔고, 카라스마는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태연하게 거짓을 말하는 재주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챈 코나미는 그때마다 카라스마에게 화를 내며―이는 실로 온당한 분노였다―짜증을 부렸다. 제 약점 아닌 약점을 쥐고 연신 놀리는 이가 반가울 린 없을 테니 코나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카라스마에게 정색하며 장난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코나미는 짜증은 금방 내도 맺힌 감정 또한 금방 푸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지나면 자신이 언제 짜증 냈냐는 듯이 카라스마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그래서 더 놀리기 좋은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카라스마뿐만이 아니라 진 유이치에게도. 카라스마만큼은 아니어도 진 또한 코나미를 곧잘 거짓말로 놀리곤 했다. 이때도 그와 마찬가지로, 화를 내긴 해도 그것을 오래 간직하지는 않았다. 왜일까?


“가족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미쿠모 오사무의 대답이 맞을 것이다. 가족이라서. 사이가 아주 나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잘잘못은 눈감아 주고, 흘려보내기도 한다는 것을 카라스마 쿄스케가 모를 리 없었다. 그 말대로라면 코나미도 진과 카라스마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좋으나 싫으나 함께할 가족이기에 남들이 그랬을 때보다 더 여유를 두고 그들을 대하는 걸지도 몰랐다. 아, 이 무슨…….


좋으면서도 깔끄러운 기분이라니.


“카라스마 선배랑 코나미 선배, 혹시 교제 중이셔?”


이와 반대되는 질문도 보더에선 종종 돌아다녔다. 물론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해도 코나미의 반응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뭐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온 얼굴을 찌푸리고 질색하겠지. 하하.

하지만 제가 물었듯이 진도 물을까? 코나미에게?


사귀냐고? 과연?


그러나 카라스마는 코나미에게 물었듯이 진에게 물을 수 없었다.


“코나미 선배랑 사귀신다면서요.”


라고는, 물을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하면 ‘그렇군요’라고 대답하겠으나, ‘맞아’라는 대답을 들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깐, 준비가 필요해?


“…….”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며 짜증을 내는 코나미를 보며 카라스마는 오늘 조금 안심했고, 동시에 조금 불안해졌다. 감정을 자각하는 순간은 보통 그러하다. 카라스마는 제가 무엇을 자각했는지 알게 되었다. 알고 말았다.







“토리마루랑 사귄다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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