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임무 종료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팬아트
기어이 그 밤을 다 지새우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남은 트리온 병사를 해치울 수 있었다. 곁에 선 요네야는 손으로 가리는 일 없이 크게 하품했고, 철수 명령을 기다렸을 나라사카와 코데라에게선 한 박자씩 늦게 대답이 돌아왔다. 피곤하기는 미와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일출하는 해가 푸르스름하게 깎아낸 사물의 모서리가 슬슬 뭉툭해질 때였으니 버티고 뜬 눈꺼풀 위로는 졸음이 쏟아질 때를 기다리며 얹혀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감지 않은 눈으로 응시한 세상에는 더는 밤이 남아있지 않았다. 밤이 걷힌 자리에 놓였던 새벽도, 그 위로 덧칠되는 아침에 모습을 지우고 있었다. 일요일이라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오전 교시를 잠으로 날릴 뻔했으니. 이 정도 피곤함이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졸지도 못할 것이다. 아예 엎드려 자고야 말겠지. 교사들은 보더에 소속된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해서인지, 아니면 그들에게 협력해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서인지 크게 꾸짖지 않고 넘어가 줄 테지만……. 보더가 그들의 유일한 진로는 아닐 터였다. 실제로 진로 문제로 인해 보더를 그만두는 학생도 많았다. 기술반의 경우 그대로 보더의 엔지니어로 취직하는 듯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계속 전투원으로 활동하는 보더 대원도 물론 있었다. ……별로 신뢰는 가지 않지만 타치카와라던가. 오퍼레이터도 당연히 있었다. 그들 부대의 오퍼레이터 츠키미가 그랬다. 츠키미는 이전 부대에서부터 함께해 온 유능한 오퍼레이터였다. 미와 부대가 이렇게 A급에 자리 잡기까지 츠키미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저희와 함께 밤을 꼬박 새운 츠키미에겐 수고스럽겠지만 오늘 처리한 네이버에 대한 분석을 요청했다. 당장 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미와는 츠키미가 퇴근 전에 이를 마칠 것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마치기 전까지 퇴근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츠키미는 미와가 이토록 네이버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었으니 그를 돕기 위해서라도 무리할 터다. 미안한 마음뿐이다. 언제 한번 제대로 답례하지 않으면 안 되리다. 물론 츠키미는 자신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그가 건네는 과자는 고맙다며 받겠지. 그래서 결국엔 고마운 마음뿐이다. 저를 따라와 준 것에, 계속 함께해주는 것에.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들어가자마자 바로 잘 거야.”
“씻고 자.”
사실 계속 트리온 전투체였던 그들의 육신은 그리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하품을 하고, 졸고, 피곤한 이유는 트리거 안에 압축되어 보관된 육신이 그러하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트리온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건지. 실제 육신의 육체적 피로는 없을지라도 내내 깨어있기란 정신 건강에 못 할 짓인 듯했다. 끊임없이 외부 자극에 노출되고 생각을 그칠 수 없는 것은 정말로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맨몸으로 있을 때보다는 나을 게 분명하여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보더 밖으로 나올 때까지는 트리온 전투체를 풀지 않았다. 경계 구역 밖으로 나가자마자 트리온체를 해제한 요네야는 마지막으로 남은 트리온 병사를 해치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하품하며 미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품으로 눌린 눈가엔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 응.
“오후에 봐, 슈지.”
“그래.”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씻고 자야 하겠다. 그다음엔 보고서를 확인하면 되리다. 사실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츠키미는 미와에게 보고서나 분석 결과를 주지 않을 것이다. 언제 한번 부탁했다가 쉬고 오라고 딱 잘라 거절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당당히 요구하기 어렵기도 했다. 대장이 아니었으므로. 아즈마의 명령이냐고 묻자 냉정한 눈빛으로 오퍼레이터인 자신의 판단이라고 말한 츠키미였다. 대장인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은 처지긴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정리되고, 진정되고, 자란 자신이겠다. 울퉁불퉁한 쇠붙이 조각 하나 집어 들고 씩씩대던 아이는 4년 동안 숫돌에 날을 가는 법을 배웠으니 이젠 제법 날카롭게 날이 선 칼을 쥘 수 있게 되었다. 츠키미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날을 세우기도 힘들었겠지. 미안하고 또 고마운 사람이었다, 역시. 그에게.
휘두르는 것은 미와의 몫이다.
일단 잠부터 자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