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 gwachaeso
- 3월 28일
- 6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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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스와 코타로는 올해 생일이 지나 21살이 된 청년으로 미카도 시립대학 3학년에 재학하고 있었다. 학기로 계산하면 5학기를 마치고 6학기를 준비하는 그는 동시에 보더에 소속되어 활동 중인 전투원으로, 평균 연령대가 심각하리만큼 낮은 보더 전투원 중에서 그나마 제법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는 비애를 안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그런 그가 보더를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보더에, 어째서? 왜? 의문을 가진 자는 제법 많았으나 스와 코타로에게 직접 그 사실을 확인한 자는 아직 없었다. 스와 코타로가 함부로 말을 걸기 힘들거나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내뿜는 사람이라서는 아니었다. 단순히, 아직 보더에 출근하지 않아서. 그러나 그 이유조차 소문과 맥락을 달리하지 않아서 소문은 더욱 신빙성을 갖춘 채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정말인가 봐. 정말 스와 씨, 스와 선배, 스와 대장, 스와가 보더를 그만둘지도 모른가 봐. 정말?
“스와. 보더를 그만둔다는 게 사실이냐?”
“뭔 소리야?”
카자마 소야는 올해 생일이 지나 21살이 된 청년으로 미카도 시립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며 동시에 보더에 소속되어 활동 중인 전투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부대원인 키쿠치하라 시로와 우타가와 료, 미카미 카호와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 참된 대장이었고 보더의 소문이 학교에 있던 그에게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학생 식당에서 저를 발견하자마자 식판을 들고 그대로 다가온 카자마 소야에 스와 코타로는 우동 국물을 떠먹던 숟가락을 다시 국물 속으로 빠뜨렸다. 오늘 점심도 카레냐? 어제 점심은 아니었다만. 같이 먹는 일행이 없었기에 그대로 그의 맞은편에 앉은 카자마 소야가 그래서 그건 사실이냐며 고개를 까딱여 대답을 재촉했다. 아니, 진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내가 왜 보더를 그만둬? 갑자기. 그 말에 카자마 소야는 잠시 ‘스와 씨 보더 그만둔다는데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온 키쿠치하라 시로를 회상하지만 그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대장인 카자마 소야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카레와 밥을 함께 숟가락으로 뜨던 카자마 소야의 시야에 식판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이 보인다. 여. 여? 스와 코타로 또한 손을 치켜드는 그에 뒤를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그만큼이나 놀라 자신을 가리키는 사람이 두어 테이블 뒤에 서 있었다. 예? 같이 식사하는 사람 있나? 아뇨. 그럼 잠시 앉아라.
카키자키 쿠니하루는 올해 생일이 지나면 19살이 될 청년으로 미카도 시립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며 동시에 보더에 소속되어 활동 중인 전투원인 것과 동시에 학교 선배이자 보더 선배이기도 한 스와 코타로와 카자마 소야 사이에 끼어서 점심 식사를 해야 할 줄은 몰랐던 새내기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먹다가 체하거나 속에 얹힐 정도로 그들이 대하기 부담스러운 상대라거나 친분이 전혀 없는 상대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한들 갑자기 불려 와 그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고 질문을 받아야 하는 현 상황에 내성이 없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카키자키 쿠니하루가 받을 질문은 비교적 명확했다. 소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말이다, 결국 한 사람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가요? 본인은 당황했지만 놀랍게도 그러했다. 뭐야, 네가 퍼뜨린 소문이었어? 예? 뭐가요? 저는 영문도 모르겠는데 눈을 부라리는 스와에 억울한 신세가 된 그의 눈에, 그 소문이란 게 뭔지 이제야 들은 그에겐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진상을 설명해 줄 그 다음의 ‘그다음 뿌리’가 보였다. 잠시만요. 양해를 구한 그는 오늘만큼 반가운 적이 없는 친구를 부르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이코마!”
“자키쨩?”
명탐정 이코마 타츠히토는 올해 생일이 지나 19살이 된 청년으로 미카도 시립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며 동시에…… 설명은 생략하고 넘어가자면 아무튼 오늘의 명탐정이 될 사람이었다. 스와 씨. 카자마 씨.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꾸벅 인사한 그는 카자마 소야의 옆에, 카키자키 쿠니하루의 맞은편에 앉아 식판을 내려놓았다. 너도 카레군. 카레는 맛있으니까요. 아니, 그런 시답잖은 잡담은 나중에 하고! 스와의 일갈에 아, 하고 깨달은 소리를 낸 이코마 타츠히토가 스와 코타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스와 씨.
“보더 그만두신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언제 그랬어!”
“아니, 자키쨩에게서 들은 건 아닌데.”
“뭐야!?”
A Few Minutes Later. 잠시 스와 코타로를 둘러싼 소문이란 것과 소문의 진원지로 꼽힌 카키자키 쿠니하루가 쓴 누명과 결백함을 주장하는 주장을 들은 이코마 타츠히토는 음, 하고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과연 오늘의 명탐정 이코마 타츠히토는 괜히 그 칭호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소문의 근원과 흐름과 왜곡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던 그에게 카키자키 쿠니하루도, 스와 코타로도 살짝 놀라 입을 벌렸고, 카자마 소야는 카레를 먹었다. 이코마 타츠히토가 밝힌 소문의 흐름은 이러했다.
“스와 씨, 어디 가세요?”
“아, 카키자키. 나 스터디 간다.”
카키자키 쿠니하루와 스와 코타로는 같은 교양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다. 수업을 마친 뒤 평소라면 같이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신 뒤 헤어졌을 그가 교수가 수업을 마치기 무섭게 가방을 싸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며 의문을 품어도 이상할 건 아니었다. 지금도 좀 늦어서 빨리 가야 한다고 말한 그는 무슨 스터디 가시는데요? 하고 물어오는 카키자키 쿠니하루에게 별생각 없이 대답했던 것이다. 뭐야, 결국 네가 소문의 근원 아니냐? 카레를 삼킨 카자마 소야가 숟가락으로 스와 코타로를 가리키며 지적했지만 스와 코타로는 그를 무시하고 거기서부터냐…… 하고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카키자키 쿠니하루를 탓할 순 없었다. ‘다른 애들에게는 말하지 마라’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그 자신이지 않았나. 사실 정말 별생각이 없기도 했다. 별생각이 들 문제도 아니었다고 봤다.
“취업 스터디.”
“가신다고 하더라. 스와 씨.”
카키자키 쿠니하루도 스와 코타로와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또한 별생각 없이 같은 전공 수업을 듣는 친구인 이코마 타츠히토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아직은 왜곡이 없는 상태. 이코마 타츠히토도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할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아마 왜곡이 활발히 발생하게 된 것은 이다음부터일 것이다. 이코마 타츠히토는 그날 부대실로 돌아와 이것저것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다 아, 하고 떠올려 입을 열었다. 스와 씨 취업 스터디 하신다더라. 흠, 그래요? 취업하실 생각이신가? 거기에 미즈카미 사토시가 말을 얹었고, 그 말을 오키 코지가 들었다. 오키 코지. 그는 이코마 부대의 스나이퍼로 제법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나이퍼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제법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지 않은가. 거기서부터가 문제였구먼! 그러든 말든 그 자리에는 그 소문을 귀담아들은 자가 있었다. 스와가? 그렇구나.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네. 시간 날 때 한 번. 시간이야 뭐, 안 그래도 곧 스와 코타로를 만날 사람이었다. 그는.
“스와가 보더를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더라.”
“진짜야, 아즈마 씨?”
그리고 그것을 타치카와 케이에게 말했다. 아즈마 하루아키는. 마작 모임에서, 세 명에게서 론을 쏘인 스와 코타로가 잠시 소리 좀 지르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그러나 버릴 패를 고민하느라 별생각 없이, 상대방의 집중력을 깎아 먹기 위한 용도로. 실화야?
“이 양반이 진짜!”
“그래서 저도 타치카와 씨에게서 들었습니다. 스와 씨 보더 그만두신다고.”
“저도 타치카와에게서 들었습니다.”
“저도요.”
“저도…….”
그사이 동석하게 된 니노미야 마사타카, 카코 노조미, 츠츠미 다이치가 순서대로 입을 열었다. 아니, 츠츠미 너까지? 하지만 스와 코타로가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모두 입 다물고 조용히 있기로 했다는 스와 코타로만 알지 못했던 부대의 뒷사정에 머리는 지끈 울렸고 스와 코타로는 머리를 붙잡았다. 안 그래도 최근 사사모리 히사토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는 일이 반복되더라. 안 그래도 최근 시노다 마사후미 본부장이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이 있거든 언제든 편하게 말하라고 평소보다 더 배려해 주며 가깝게 대하더라. 안 그래도 최근……. 머리를 벅벅 긁은 스와 코타로는 그래서, 하고 운을 떼는 카자마 소야에 시선을 돌렸다. 그사이 접시를 다 비운 그는 팅팅 부은 스와의 우동 면발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뭐.
“취업 스터디는 왜 간 거냐? 취업할 생각이냐?”
“그건 그냥…….”
그래서 정말로 취업할 생각이 있느냐고 하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또 어렵다. 앞날은 모르는 것이기에. 오래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때에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무는 스와 코타로였다. 그렇게 치면 미카도시에 네이버가 쳐들어올지도 몰랐던 어린 날들이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삶이라지만, 삶의 모든 순간이 그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만큼 자라 어른이 된 스와 코타로였다. 속된 표현이지만 이대로 보더에 ‘몰빵’해도 괜찮은 삶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끝내지 못한 채로 지내온 최근이었다. 그는 벌써 스물한 살이다.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그는 아직 새파랗게 어린 나이이지만, 성장기가 끝나면 트리온 기관 또한 거의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나머지는 끊임없는 단련으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보더 전투원이 되었을 때도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었던 스와 코타로의 트리온 수치는 안 그래도 그렇게까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건너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은 되지만, 트리온 전투체가 있는 한 전투 시 신체 능력에 대한 걱정은 접어둘 수 있지만, 그냥, 이런 삶으로 괜찮을까? 나 자신이. 후일에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는 하지 않더라도 다른 것을 해보아도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벌써 스물한 살. 졸업까지 1년만을 남겨두어 취업을 준비하는 또래의 동기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계속 걸어도 괜찮은 걸까? 취업을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어떤 망할 양반처럼 학업을 계속하는 건? 좀 더 유예를 갖는 건?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이 길어졌다. 모든 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알고 있기는 했다. 취업 스터디를 권유받았을 때 스와 코타로는 그 선택의 순간이 머지않았음을 깨달았고, 일단은 해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다 정 하기 싫어지면 다시 선택하면 되리라. 그러나 그럴 시간이 남아있을까? 아,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어.
“모르겠어.”
“…….”
스와 코타로는 제 발언에 주변이 숙연해졌음을 알지 못한 채 퉁퉁 부어버린 제 우동 그릇 속 면발 가락을 젓가락으로 집었다 내려놓았다. 지금껏 살아온 제 삶에 자신이 없다거나 잘못 살아왔다거나 같은 생각이라던가, 앞으로 어떡하지 하며 땅 파고 이불 속에 틀어박혀 우울해할 생각이야 조금도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고민은 해볼 법한 나이인지도 몰랐다. 테라시마 라이조는 아예 엔지니어로 전향하여 보더의 연구원으로 취업한 상태던데. 카자마 소야도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보니 계속 보더 전투원으로 있을 작정인 것 같고. 키자키 레이지는 구 보더 시절부터 계속 보더에 있었으니 앞으로도 계속 보더에 있을 듯했다. 그러나 친구들의 결정에 스와 코타로 또한 똑같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참고는 할 수 있을 터였다. 참고는.
“일단 지금 그만둘 생각은 없으니까 그건 다 헛소문이야, 알겠어?”
손을 휘휘 저으면서도 주변을 돌아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스와 코타로는 잠자코 제 우동 그릇을 향해 고개를 떨어뜨리며 젓가락을 휘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