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다 [동사]
- gwachaeso
- 4월 22일
- 2분 분량
<WT>
아라진코나아라
“진은 좋은 가족이 될 거야.”
우리에게.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코나미 키리에는 순간 아라시야마 쥰의 정신이 나간 줄만 알았다고 후일 회고했다. 그러나, 쥰, 방금 그 말 무슨 뜻으로 말한 거야? 바로 따져 묻지 않은 까닭은 아라시야마의 말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한 것이 하나, 그리고 그의 시선이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 둘, 그 끝에 누가 있는지 보지 않았음에도 알아차린 것이 셋이었기 때문이었다. 쥰이 진을 좋아했던가? 물론, 좋아했을 것이다. 둘은 동갑내기에 서로 친하여 함께 교토 여행도 가지 않았던가. 진도 쥰을 같은 이유로 좋아하겠지. 친구고, 동료니까. 그래서 이어지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아라시야마의 다음 말은 그리 늦지 않게 이전 말 끝에 따라붙었다. 진은 좋은 가족이 될 거야. 늦으면 놓칠세라 늦지 않게.
“좋은 사람이니까.”
사람. 틀린 말은 아니나 어쩐지 입에 썩 달게 붙는 표현은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좋은 애니까, 또는 좋은 친구니까, 같이 좀 더 아라시야마와 관련 있는 어떤 대상임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서 그럴 터였다. 굉장히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말을 하고 있었다, 아라시야마는. 그런 사람이던가? 쥰이. 사촌 동생들, 그러니까 그의 동생들을 향해선 거리낌 없이 애정을 표출하는 사람이라서 그의 건조한 표현은 어쩐지 평소의 그처럼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른 감정의 부스러기를 흘리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 끝엔 널 위한 과자 집이 있어? 묻지는 못했다. 바보 같은 질문이라서.
“쥰은 이미 좋은 가족이야.”
그렇게 말하니 아라시야마는 먼 곳을 향하던 시선을 코나미에게 돌리며 다만 웃었다. 그는 언제나 언제든 코나미가 가장 사랑하는 사촌이었다. 지금도, 당연히. 이미 좋은 사람이고. 수많은 사람에게서 들었을 당연한 말을 하는 건데도 구태여 말로 바꾸어 한 번 더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왠지 모르게 그를 감쌌다. 그래서 말하니 진작 그래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말해줄걸.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았을 사촌이긴 했다. 그런 사람이니까.
“고마워. 키리에.”
진은 좋은 가족이 될 거야, 우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코나미는 순간 아라시야마가 미친 줄로만 알았지만, 이어지는 말에서도 그가 그것을 현재형으로 수정하지 않았기에 그를 붙잡고 무슨 뜻이냐며 따져 묻지 않았다. 진은 좋은 가족이 될 것이다. 좋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래서 우리의 가족이 되느냐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인 것을 코나미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쥰은 이미 좋은 가족이었다.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확정적이고 현재를 가리키는 형태로 두 문장을 입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진작 말해줄 걸 그랬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아마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리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을 사이. 모든 가족이 그런 건 당연히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은 그런 사이였다. 말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는 사이.
진도 이 안에 들일 수 있을까?
쥰은 이미 들였을까?
“키리에도 좋은 사람이야. 좋은 가족이고.”
“당연하지.”
“하하.”
그에게도 코나미는 가장 사랑하는 사촌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같은 이야기를 꺼냈을지도 몰랐다. 키리에는 좋은 가족이 될 거야. 너에게. 좋은 사람이니까. 귀에 썩 부드러이 들릴 이야기는 아니었다. 말하는 자의 입에도 달게 붙는 표현은 아닐 듯했다. 쥰, 중매 서는 데 재미라도 들렸어? 새끼손가락에 끊어진 붉은 실을 각각 묶은 다음 두 실을 중간에서 묶는 데 재미가 들렸어? 자신의 두 손가락은 비워 둔 채로. 실은 어디서 자아낸 실일까. 물레는 대체 어디 있길래 보이지 않고, 물레에 솟아 있는 저 바늘은 누가 저렇게 날카롭게 갈아 둔 걸까. 하지만 그는 아직 잠들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직은.
본디 건강한 사람이라 마른들 오래 그러진 않을 것도 코나미는 알았다. 월하노인이기엔 지나치게 젊은 사촌의 눈이 다시 먼 곳을 향한다. 그 끝에 있을 사람을 코나미는 보지 않고서도 알았다. 좋은 사람. 그 생각을 끝으로 눈을 돌렸다. 마른 부스러기는 입에 대면 어쩐지 짤 것 같았다.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