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타 리카, 우루시마 부대의 오퍼레이터.
- gwachaeso
- 4월 22일
- 3분 분량
<WT>
우루로쿠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노력해도 바로 나아지진 않을 수 있다, 같은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로쿠타 리카는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것을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할 줄도 알았다. ‘복수의 일을 평행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 그러므로 ‘알면서도 그래?’란 타박은 그에게 그리 도움 되지 않는 쓴소리다. 알면서도 그러냐고? 알면서도 그러지. 아는 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사이드 이펙트가 있지 않은 이상 모두에게 어려운 것을 그자는 모르는가? 뭇사람들처럼 사이드 이펙트가 없는 로쿠타는 뭇사람들처럼 생각한 행동을 하나씩 신체에 반복 적용하여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러 생각을 동시에 떠올리고 여러 행동으로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 남들보다 조금 더딜 뿐으로, 그럼에도 일상이 느긋하게 흘러갈 때면 단점으로 크게 부각될 문제가 아니었다. 더딘 것이. 느린 것이.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크나큰 단점으로 확산하는 일이 ‘일상’으로 주어진다면 아무래도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로쿠타 리카는 보더의 오퍼레이터였다. 오퍼레이터에겐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정보를 평행으로 처리할 것이 당연하게 요구되었다.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퍼레이터가 어떤 지시를 내리느냐가 전투원들의 임무 성공률을 결정하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안전을 책임졌기에 다방면으로 상황을 살피는 것은 그들의 업무에 있어 몹시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다면’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야 하는’ 문제였다.
로쿠타 리카에겐 오퍼레이터의 자질이 없는가?
하지만 감히 그 소리를 그 앞에서 꺼내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루시마 와타루가 그의 뒤에 있었기에.
로쿠타 리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우루시마 와타루가…….
“성격 나쁘단 소리 듣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싫어서…….”
“알고 있었구나.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이긴 하지.”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니고.”
“조금 언행이 거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 그래.”
오퍼레이터 모임에 함께 소속된 동갑내기 오퍼레이터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무리 우루시마라도 로쿠타의 뒤에 서 있을 순 없었다. 로쿠타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기 위해 모인 그들은 B급 건너 우루시마 와타루의 행적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오퍼레이터인 로쿠타에게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건 로쿠타가 걱정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풀 수 있는 오해도 아니었다. 오해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마 나 때문에…….”
“아니, 의도한 바가 다른 곳에 있다고 한들 행위를 한 주체는 우루시마니까 우루시마의 문제지, 그건.”
그건 그렇지. 그건 그래. 그렇구나……. 로쿠타의 말을 마냥 그대로 들어주진 않아 한편으론 굉장히 다행인 동료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로쿠타의 걱정에 함께 매몰되진 않는다. 이 또한 평행 처리에 능숙한 그들이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일과 감정, 공과 사, 우정과 사랑 같은. 마지막은 아닌가? 아무튼 그들에게도 로쿠타의 고민은 익숙하면서도 로쿠타에게 해결을 요구할 수도 없는 문제에 속하고 있었다. 로쿠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해결해야 하냐고 한다면, 뻔하지 않나? 이미 앞에서 말한 것을.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는 그들에 로쿠타도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냐, 로쿠타. 넌 계속 앉아 있어도 돼. 우린 슬슬 가 볼게. 그들은 자신들이 비운 자리에 누가 들어와 앉을지도 이제 빤하게 알고 있다. 그래? 응. 그래. 또 봐, 로쿠타! 아, 응!
“뭔데?”
그 자리가 완전히 빌 때까진 멀찍이서 바라보고만 있다가, 완전히 빈 뒤에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 로쿠타 앞에 나타나는 자가 있다. 조금 전까지 로쿠타를 고뇌에 차게 한 고민의 대상이지만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한 순간 환하게 반색하게 만드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 우루시마. 그리고…….
로쿠타 리카는 우루시마 부대의 오퍼레이터다.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듣기 좋은 건 아니라서.”
오퍼레이터로서 그는 제 전투원의 상황을 분석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조금은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
우루시마 와타루 앞에서 꺼내지 못할 말은 없다. 당연히도.
그리고 우루시마 역시 오퍼레이터의 말을 무시하는 전투원은 아니다.
그런 건 되먹지 못한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
로쿠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이야기를 모두 들은 우루시마가 이윽고 입을 열어 대답한다.
“노력해 볼게.”
노력해도 바로 나아지진 않을 수 있다, 같은 말을 덧붙이진 않는다.
노력해도 되지 않을 거다, 같이 잘라 말하지도 않는다.
사실이야 어떻든.
그리고 그 말에 로쿠타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로쿠타 리카는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을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할 줄도 알았다. 뭇사람들처럼 생각한 행동을 하나씩 신체에 반복 적용하여 몸에 익히지만, 남들보다는 조금 더뎌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정보를 평행으로 처리할 것이 요구되는 오퍼레이터의 어떤 자질은 조금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하지만 오퍼레이터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자질은 전투원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내린 지시대로 이행하도록. 그런 점에서 로쿠타 리카는 우루시마 부대의 오퍼레이터로서 손색이 없었다.
우루시마 와타루는 로쿠타 리카의 지시를 따를 것이다.
‘할 수 있다면’이 아니다. 그렇게 ‘할 것이다’.
느릴지라도. 더딜지라도. 당장엔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을지라도. 꽤 오랫동안 그럴지라도. 로쿠타 리카는 그럴 그를 믿는다. 늘 그랬듯이. 늘 그렇게.
조심스럽게. 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