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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눈 뜨기 전

  • gwachaeso
  • 3월 18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19일

<Fate Grand Order>

코토미네 키레이 이야기



일몰 후엔 일출하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니 눈 뜨기 전 바라본 눈꺼풀 안쪽만큼 어두운 세상도 없을 거외다. 그러니 미덕에 이르기 전의 악덕만큼, 청렴에 이르기 전의 오염만큼, 갸륵한 부정도 없을 것이며 가상한 오탁도 없을 것이다. 신의 집에서 나고 자라 그러한 제 성정을 알았으면 떠나기라도 할 것이지 그러지 않고 머무른 까닭은 무엇인가? 교정될 수 있으리라 믿었나? 세탁할 수 있을 줄 알았나?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 따위 비누를 문대고 비비어 거품을 낸 뒤 두드려 빠는 것처럼 온당치 못한 성정을 정당한 것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신께 구했나? 그의 신께서 이르시되 기록된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하셨다[마 21:13]. 그는 기도하는 집에서 나고 자란 강도라. 미덕보다 악덕에, 청렴보다 오염에 마음을 떨어뜨리는 악성이요 떨어뜨린 마음을 주워 모래를 털어내지도 않고 삼키는 악식가요 그랬으면 제 뱃속에서 마땅히 소화할 것이지 사방에 오물을 퍼뜨리는 악질이었다. 그러니 그가 얻은 명성은 실로 실속 없는 헛된 명성, 부명(浮名)이요 그의 아버지가 기대하는 부명(符命)은 세상 어디에도 없고 거룩히 여김을 받은 부명(父名)도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구제할 길이 없는 자이다. 죄 깊은 자이다. 다만 그의 영혼은 그 형상마저 흉하게 뒤틀린 꼴을 하고 있었는데 본디 그 꼴이 그러했는지, 아니면 날 때는 곧게 태어났으나 그가 자라난 환경이 그러하여 점점 뒤틀려 돌이킬 수 없는 꼴이 되었는지는 오로지 그만 알리다. 그러나, 그는 신의 집에서 나고 자라 머물렀다고 했다. 그가 악신이 아닌 이상, 신의 가르침이 잘못된 곳을 가리키지 않는 이상 그에겐 신을 탓할 자격이 없고 명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격과 명분 없이 탓할 곳을 찾을 때 마땅히 제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신이 아닌가? 그러므로 그의 안에는 신앙이 없다만 신을 이용하는 행위에 따르는 신용은 있다. 일출은 모르되 일몰은 안다. 제 눈꺼풀 안쪽만큼 어두운 세상이 없으리란 사실도 믿는다. 실은 진정으로 자신이 교정될 것이란 생각은 없다. 온당치 못한 성정이 정당한 것이 되기를 구하지만 받으리란 기대도 없다.


그러니 이제는 스스로 찾을 때인가.


후유키시에서 이루어진 네 번째 성배전쟁.


격렬한 싸움 속에서, 남자는 그 해답을 계속 찾는다.


눈을 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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