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 줄 모르려야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미즈이코. 폭력적인 행동 묘사 주의
꿈인 줄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꿈에서 당신을 만나는 것은 퍽 곤혹스럽다. 꿈인들 어떠할 정도로 당신을 욕망하는 나로서는 꿈에서 만나는 당신조차 정겹기 그지없다. 당신이 곁에 있기에 꿈인 줄 안 나는 서슴없이 당신의 팔을 잡아당기고, 갑작스러울지라도 나를 마다할 이유는 없는 당신은 그대로 당겨져 와 내 등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잘했어. 그런 말은 하지 않고, 모든 걸 이해한다는 말 같지 않은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당신이 이해하는 선에서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당신의 어깨에 나는 턱을 올린 채 여느 날처럼 입을 열겠다. 이코 씨. 이코마 씨.
당신을 좋아해요.
끌어안은 이유는 당신이 나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길 바라서다. 놓지 않고 놓아주지도 않는 이유는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그것이 어떤 ‘좋아해’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물어보거나, 장난처럼 넘길 사람이 아니고, 그걸 아는 나는 당신이 내 말을 계속 들어줄 것을 알아 어떤 말도 속삭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고백하는 사람. 고해하는 사람. 당신이 내게 ‘뭘 하고 싶은데?’라고 묻지 않았는데도 거침없이 말하고 마는 절박한 사람. 이코 씨. 나는.
당신에게 입 맞추길 원해요.
말하면, 이제 당신도 분명하게 알 것이다. 나는 그런 ‘좋아해’로 당신을 좋아해요. 난. 당신의 손을 잡고 걷길 바라고, 당신과 둘이서 바다나 산, 계곡, 어디든 놀러 가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입 맞추기를. 깍지를 껴서 손가락을 얽기를, 바라고 나는 당신과.
동침하길 원해요.
그리고…….
천천히 몸을 떼어냈다. 왼손으론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론 오른쪽 어깨를 붙잡고 거리를 벌리다 단숨에.
오른손으로 당신의 목을 움켜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의 왼손이 나의 오른 손목을 잡아 비튼다. 미즈카미. 아, 속삭이는 당신의 작은 목소리. 화난 것처럼 비틀리는 눈썹. 일그러지는 눈매. 그러나 꿈이기에 손목이 비틀리는 아픔은 없다. 그래서 나는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 당신의 오른손을 붙든다. 그리곤 내 목에 올려, 엄지와 검지 사이 벌어진 손 틈 사이에 끼워 넣는다. 마치 단두대 아래 목을 끼우는 홈처럼. 그래, 단두대의 홈처럼. 베어지기를 바라오니. 아, 속삭이는 나의 작은 목소리. 이코 씨. 난 말이죠.
함께 죽었으면 좋겠어요. 나와 이코 씨가.
이토록 징그러운 나의 욕망은 꿈에서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경멸받는다. 하지만…….
울지 마라. 흥건히 젖은 나의 양 뺨을 본 당신의 눈매가 누그러지는 순간의 당신으로 나는 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느낀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뜨면.
“미즈카미 선배. 사진 찍게 모이래요.”
“아. 응.”
“그새 졸았어요? 피곤해 보이시긴 해요.”
“조금. 얼른 가자.”
“그래요. 자.”
자, 자. 신랑 친구분들. 신랑 가까이로 모이시고. 웃으세요. 활짝. 자, 찍습니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