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아즈마 부대 탄생 축
- gwachaeso
- 3월 28일
- 5분 분량
<WT>
아즈마 생일 축하 연성
이제 막 B급으로 승격한 어태커 코아라이 노보루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어태커 오쿠데라 츠네유키와 오퍼레이터 히토미 마코를 영입하여 부대 창설 조건을 채운 것까진 좋았으나, 그 자신의 그리 깊지 않은 식견으로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쿠데라는 저와 마찬가지로 실력이 썩 나쁘지 않은 어태커고, 히토미는 유능하고 저희보다 지혜로운 오퍼레이터였다. 하지만 하위에서 중위, 그리고 상위, 결국엔 최종 목표인 A급에 도달하기까지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다른 부대들을 뚫고 가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험난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려면 저희는 좀 더…… 배워야 하지 않겠나. 부대를 이끄는 에이스를 영입하여 에이스 중심 체제로 가는 것도 순위를 빠르게 올리기엔 나쁘지 않겠으나, 코아라이부터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고, 오쿠데라와 히토미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엇보다 에이스 영입이 쉬울 리 있을까. 괜히 그들이 에이스인 게 아니지 않은가.
일단은 이번 주까지만 좀 더 고민하고 부대 창설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한 코아라이였다. 대장은 코아라이가 맡기로 했으므로 그들 부대의 이름은 코아라이 부대가 될 것이다. 구내식당에서 나 홀로 나베를 한 숟갈 뜨는 코아라이의 입에서 한숨이 푹 나왔다. 정식 부대가 되기 전까지는 B급이라도 방위 임무를 배정받지 않았으므로 다소 한가한 처지에 놓여 있는 그들이었고, 따라서 히토미는 영화관, 오쿠데라는 부 활동을 하러 나간 참이었다. 코아라이는 개인 랭크전이나 하며 점수를 올릴 생각으로 보더 본부에 먼저 도착했다. 이대로 코아라이 부대를 창설해도 괜찮은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때였다. 휘적휘적, 숟가락을 들어 나베에 잠긴 돈까스를 잘라내던 코아라이의 눈에 때마침 식당에 들어서던 ‘그’가 보인 것은. 정말 우연이었고, 정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잠시 후 코아라이는 본부에 도착한 오쿠데라와 히토미를 인적 드문 구석으로 끌고 가 자신의 계획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꼭 여기서 말해야만 해? 오쿠데라가 어이없어했지만 코아라이에게 지금부터 털어놓을 이야기는 보안이 다소 중요했다. 다른 누군가가 선수를 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음, 안 돼. 절대 안 돼.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하려는 건데? 히토미까지 허리춤에 손을 얹고 물었을 때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러니까 그 좋은 생각이 뭐냐고. 오쿠데라의 말에 코아라이가 입가에 손을 올린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옆의 그들만이 들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아즈마 씨를 영입하자.”
이튿날, 아즈마 하루아키는 오늘의 구내식당 메뉴인 새우튀김 가츠동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섰다가 한 명의 어린 어태커가 자신 앞을 가로막는 상황에 부딪치게 되었다. 스나이퍼들은 스나이퍼 모임이 따로 있어 어느 정도는 서로 안면이 있지만, 이제 막 B급으로 승급한 어태커 코아라이 노보루는 아즈마에게 다소 낯선 얼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즈마는 그와 다르다. 보더에 소속된 이들이라면 대부분 전투원 중 후유시마 부대의 후유시마 신지와 더불어 연장자에 속하는 아즈마를 들어서든 지나가다 마주쳐서든 직접 대화를 나눠서든 알고 있기 마련이었다. 코아라이도 그런 편이었다. 비록 그와 직접적인 접점은 없었어도 돈까스 나베를 먹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단번에 그를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 다만 이렇게 앞길을 가로막고 대화를 청할 줄은 아즈마도 알지 못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코아라이지만,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기에 아즈마에겐 제법 익숙한 상황이기도 했다. 스나이퍼든 스나이퍼 외 다른 포지션이든, 아즈마는 좋은 상담자였고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새우튀김이 올라간 가츠동을 얼른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어른. 하지만 이 어른은 오늘 날을 잘못 잡았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묻는 아즈마에게 코아라이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네! 아즈마 씨!
“부디 저희 부대에 들어와 주세요, 아즈마 씨!”
한편, 때마침 그 자리를 지나가던 B급 스와 부대의 대장 스와 코타로는 얼어붙은 아즈마와 그와 반대로 활활 타오르는 코아라이를 본 뒤, 휴대전화를 들어 후유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어, 후유시마 씨. 오늘 아즈마 씨 엄청 늦을 것 같은데 오사노 껴서 넷이서 쳐도 괜찮지? 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 스와 코타로는 참으로 현명한 대장이고 작사다. 그의 예측은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으니 이윽고 아즈마 하루아키는 제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는 코아라이 노보루로 인해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점점 동이 나는 새우튀김 가츠동을 떠나보내며.
“아즈마 씨를 영입하자고?”
“아즈마 씨를?”
전날, 코아라이의 담대한 계획을 들은 오쿠데라는 혀를 찼고 히토미는 의아해했다. 물론 나쁘지 않은 인선이었다. 아니, 나쁘지 않다고만 표현하면 실례될 만큼 엄청나게 대단하고 굉장한 인선이었다. 아즈마 하루아키, A급 1위 부대를 이끌었던 최초의 스나이퍼. 앞서 두 번의 아즈마 부대가 있었고 아즈마 대장은 두 부대를 모두 A급에 안착시킨 후 해산하는 것으로 그들을 떠나보냈다. 첫 번째 아즈마 부대 소속이었던 니노미야 마사타카, 카코 노조미, 미와 슈지는 모두 니노미야 부대, 카코 부대, 미와 부대의 대장이 되어 A급 정예 부대로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 아즈마 부대 소속이었던 이들 역시 카타기리 부대로 재편성되어 B급 최상위 순위에 자리하다 A급으로 승급한 게 얼마 전이었다. 이를 통해 아즈마는 개인의 실력도, 대장으로의 리더쉽도 모두 증명한 사람이 되었고, 현재는 소속 없이 자유롭게 있는 대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들 쉬쉬할 뿐 그가 곧 전투원을 그만두고 전투원이었다가 본부장 보좌를 맡은 사와무라 쿄코와 같이 간부 같은 요직으로 소속을 변경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었다. 오래전에도 스스로 그 자리를 고사했던 그가 아닌가. 따라서 세 번째 아즈마 부대는 만들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대원들이 많았다. 아즈마 본인도 자신의 다음 진로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와, 후유시마, 그리고 타치카와 케이로 구성된 일명 마작조에게 그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도 ‘글쎄, 어떻게 되려나’ 식으로 모호하게 말을 흐리던 그였기에, 다들 그렇구나, 그렇게 되겠구나, 하고 넘겨짚던 찰나에.
“부탁드려요! 아즈마 씨!”
“알겠으니까 일단 놓고…….”
“저희가 잘할게요, 진짜로!”
선수를 치는 녀석이 나타났다! 모두가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으나 숨기던 말을 기어이 입 밖으로 꺼내는 녀석이! 식당의 모두가 숟가락을 놓고, 젓가락질을 멈추고, 흥미진진하게 그들을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사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는 아즈마로 하여금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켰겠지만 일부는 휴대전화로 그들의 친구에게 연락을 넣기도 했다. 야, 여기 좀 와 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
한 시간쯤 지났을 때는 모두가 다시금 제 식사에 열중하며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새우튀김 가츠동을 배식하던 자리에는 품절 표지가 붙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아즈마와 코아라이가 의미 없는 질의 문답의 공방을 이어 나간 것은 아니었으니, 아즈마로서도 저를 이리도 간절히 붙잡는 그를, 그의 목적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목적이야 아까 첫 마디로 듣긴 했지만, 앞서 말했듯 그는 코아라이와 낯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코아라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코아라이는 아즈마를 1시간 동안이나 붙잡고 설득할 만큼 알고 있으니, 아즈마로선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1시간이 그리 쓰였다. 코아라이는 아즈마를 붙잡아 설득한다는 자신의 목적에 집중하느라 알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간이 면접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면접의 대상은 코아라이뿐만이 아니다. 아즈마 본인, 자신조차 포함된다. 전투원으로서의 삶을 좀 더 연장할 텐가? 좀 더 지속할 텐가? 저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검을 쥐여주고 총을 쥐여주는 인생을 계속할 텐가? 그들을 이끌어 전장에 집어넣는 일이다. 계속할 자신이 있는가? 자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은 무엇을…….
“내가 시키는 대로 전부 따를 거니?”
사실상 마지막 질문이었다. 코아라이를 내려다보며 아즈마가 물었다.
그 물음에…….
“아뇨.”
코아라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 대답에 아즈마는 조금 눈을 크게 뜨며 코아라이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다리에 매달린 채로 아즈마를 올려다보는 코아라이는 조금 전 자신의 대답이 잘못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는 듯이 단호하게, 확고하게 그의 뜻을, 그리고 그가 대표로 모은 그들의 뜻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아뇨, 아즈마 씨.”
그를 부르며.
“아즈마 씨가 저희를 따라주세요.”
이제는 눈까지 깜박이며 아즈마가 그를 내려다본다. 이윽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코아라이는 제가 무언가 잘못 대답했나 뒤늦게 퍼뜩 당황하지만, 되짚어 봐도 저는 잘못한 것이 없고 잘못 대답한 것이 없는 듯했다. 아즈마 씨가 시키는 대로 전부 따른다는 말은, 다시 말해 아즈마 씨가 모든 것을 전부 저희에게 지시하셔야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 노고를 안겨드릴 수야 없다. 그런 생각에 한 대답이었지만 정답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을까? 그런 생각마저 드는데, 아즈마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재미있구나.
“너희는 내가 너희의 장기 말이 되어주길 바라는구나.”
“아니, 아즈마 씨. 그러니까 그게……!”
“좋아. 얘길 한 번 들어보마. 다만 다들 지나다니는 식당 복도 말고 다른 곳에서.”
“정말요!?”
장기 말이 언급될 때만 해도 망했다! 하고 머리를 부여잡고 싶었던, 그러나 아즈마의 다리를 붙잡느라 그럴 수 없었던 코아라이의 얼굴에 단번에 화색이 돌았다. 슬슬 다리도 놓아주련……. 앗, 넵. 코알라처럼 답싹 달라붙었던 다리에서도 팔다리를 풀고 그 앞에 다시 번듯하게 차렷했다. 아즈마는 그런 그를 보다가, 머리를 쓰다듬기엔 잘 세팅된 머리를 망칠 수는 없어 대신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배고프겠다.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할까? 그 말에 좋아요! 하고 손을 뻗으며 뛰어오르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물론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긴 했다. 현재까지 면접에 통과한 것은 코아라이뿐, 오쿠데라와 히토미에게도 질문이 쏟아질 것을 코아라이는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코아라이가 모은 대원들이다. 그들을 알지 못하면서도 그 점에서 오는 가점이 있다. 오쿠데라와 히토미도 지금쯤 본부에 도착했을 거라고, 그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앞서가는 코아라이를 뒤따라가며 아즈마는 앞서 지나온 고민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연장과 지속. 자신. 이번까지라면 어떨까. 이번까지는…….
“그래서, 대장은 코아라이가 맡는 건가?”
“예?”
“아뇨.”
“그럴 리가요.”
“그렇구나.”
“그렇습니다.”
“그런 거예요.”
아즈마 부대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