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ed
- gwachaeso
- 3월 28일
- 5분 분량
<WT>
리퀘스트
“왜 그래?”
이유를 대답해도 좋은가? 하나 대답할 수 없었다.
무언가 어긋남을 느끼는 것에 전조는 없었다. 스와 코타로는 그가 알기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최초의 사람이었다. 트리온 전투체의 설정 오류? 아니면 트리온으로 인한 감각 이상? 원인은 불명이나 깨달은 순간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하나뿐이었다. 이거, 원래 이렇지는 않았는데. 처음 깨달은 것은 제 입에 물려 있던 막대 사탕이었다. 트리온 전투체일 때 말고 현실에서. 스와 코타로는 제가 담배를 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웃옷과 바지의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봐도 담뱃갑을 찾을 수 없었다. 입에는 막대 사탕이 물려 있었고 말이다. 원래 그렇지는 않았는데. 자신이 설마 자신도 모르게 금연 시도를 했다는 말인가? 알 수 없었다. 아니, 아니었다. 스와 코타로는 그런 적이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담뱃갑이란 담뱃갑은 모두 버리고 막대 사탕을 주머니에 넣어둔 적은 없었다. 이렇게 감쪽같이 버리는 게 가능하다고? 그럴 리 없는데. 원래 이렇진 않았는데.
“이거 원래 이랬던가?”
그 다음으로 그와 똑같은 말을 그 앞에서 입 밖으로 낸 사람을 만났을 때 스와 코타로는 솔직히 반가웠다. 그는 의아해할 뿐이었지만 심술맞게도 스와 코타로로선 저 같은 사람이 늘어난 것이 마냥 좋았음이다. 아즈마 씨도 그래? 뭐가 말이지? 그런 거 있잖아. 이게 원래 이랬던가? 하는 어긋남을 느끼는 순간이. 작전실에 의자가 하나 남는다며 꺼내 온 의자를 들고 가던 아즈마 하루아키는 그 말에 그게 뭐냐며 웃었지만 스와 코타로는 그의 눈이 웃고 있지 않은 것을 보았더랬다. 이윽고 생각에 잠기는 그의 생각은 다른 이들보다 깊고 날카롭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볼까? 그 주제에 관해선. 일단은 작전실에서 들고 온 의자를 옮겨야겠다는 아즈마 하루아키와는 헤어졌다. 그를 배웅한 뒤 라운지로 가는 복도에는 스와 코타로 혼자 남았다. 근데 여기 왜 서 있었더라?
“이상한 느낌이지. 그거.”
근데 점점 더 늘어나는 느낌이야. 그게 무슨 느낌이냐 묻자 그는 ‘한 번 어긋난 것은 다시 맞추려고 해 봤자 계속 어긋날 뿐이라는 것’을 그 자신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말로 표현하자니 혀가 꼬이는 느낌이었지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이해한 스와 코타로였다. 후유시마 신지는 그 외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래퍼인 그는 맵 곳곳에 텔레포트를 설치하여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전투원을 이동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물론 그 외에도 함정으로 사용하기 위해 텔레포트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오퍼레이터 마키 리사가 말하기를 그가 함정을 지나치게 많이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트리온을 쓸데없이 낭비하면서까지 위용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라면 말리지 않겠다는 신랄한 비판에 후유시마 신지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근데 그게 중요한가?”
타치카와 케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기에 스와 코타로는 익숙하게, 예상한 대로 예정된 한숨을 내쉬었다. 후. 뭔데, 그거!? 하지만 타치카와 케이에게도 그들이 겪은 증상이 나타나긴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거잖아. 똑바로 말해. 진지하게. 진지하게? 후유시마 신지도 같은 말로 운을 뗐음에도 타치카와 케이에겐 가차 없이 쳐낸 스와 코타로가 등받이에 등을 더 깊숙이 기대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 거지. 잘 아네. 근데 그게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랄까, 많아지는 느낌이랄까. 원래 이렇지 않았던 게 이렇게나 많았으면 원래라는 건 대체 뭐야? 지금까지는 뭐였던 거야? 핵심을 바로 찌르는 질문에 스와 코타로도 할 말이 궁했다.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거잖아. 헤에. 타치카와 케이는 그 말을 듣고도 스와 코타로에게 그러는 스와 씨는 무엇을 바라기에 이러고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 딱히 대답을 듣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타치카와 케이도 하나는 잘 알고 있었으니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뿐이잖아.”
“그뿐이 아니에요.”
스와 씨도 알잖아요. 오키 코지가 스와 코타로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스와 코타로는 이 이상 외면하려는 것에 관해서 그는 언급하고 있었다.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는 것들이 점점 많아져요. 작전실에 있는 것들인데도, 모두가 보았을 물건들인데도, 그 위로 먼지 한 톨 올라가 있지 않은 걸 보면 분명 그 존재를 인지했을 텐데도, 아무도 몰랐다. 이건 왜 여기 있는 건지. 누가 썼던 물건인지. 쓰긴 했던 물건인지. 모르죠. 이코 씨라면 알지도. 아직은 그가 오지 않아 물어보지 못했다는 듯했다. 작전실에 놓여 있는 장기판에 관해서. 그쯤 되니 스와 코타로는 조금 전 문득 떠오른 의문을 더는 밀어두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 말이야. 네. 왜 나에게 와서 묻는 거야? 이런 것들을.
“그러게요?”
아, 스와 코타로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모르게 되었다. 그러므로 타치카와 케이의 말이 옳았다. 지극히 옳았으니 원래란 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이란 대체 무엇인 건지. 무언가 잘못되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는데, 시작점을 도통 찾을 수 없다. 두서없이 늘어놓는 소리에 테라시마 라이조는 고개를 저었고 키자키 레이지는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며 스와 코타로의 잔에 담긴 술을 버리고 거기에 물을 따랐다. 두 사람이 스와 코타로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해주었기에 카자마 소야는 얌전히 꼬치에 꽂힌 대파를 뽑아 먹었다. 넌 친구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대파가 입에 들어가? 심각한 고민이었나, 그게? 그제야 좀 들어봐 주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그에게 스와는 손을 훠훠 내저었다. 됐어, 저리 가. 말이 심하네, 스와. 됐어, 어차피.
“너도 없어야 하잖아.”
그 말을 내뱉었을 때 스와 코타로는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깨달았다. 아니, 그러니까 자신은 놓친 것이 맞았다. 그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원래 이렇지는 않았는데. 그 말대로, 원래 이렇지는 않은 세상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세상이 아니었다. 이곳은. 이것은. 스와 코타로는 제 옆에서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실로 비웃고 있는 카자마 소야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스와. 어디 가? 갈 데가 있어. 계산은? 달아 놔. 하지만 스와 코타로는 다신 그 가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다신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담배는 끊을 수밖에 없고, 작전실에는 의자가 남을 수밖에 없고, 텔레포트를 이용할 사람은 없으며, 누가 썼는지 모르겠는 장기판이 작전실에 놓여 있는 세상으로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건 아직 모르겠기에 터벅터벅 거리를 걷고 있는데 그 앞에 누군가가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 스와 코타로는 이제 취기조차 느끼지 않았다.
“왜 그래?”
이유를 대답해도 좋은가? 하나 대답할 수 없었다. 왜 그런지, 스와 코타로는 자신이 그 질문에 대답했을 때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면 대답하지 않는 게 옳은가? 알 수 없었다. 그는 타치카와 케이에게 ‘너도 없어야 하잖아.’라고 말을 해야 하는가? 잠깐, 그는 정말 없어질 사람인가? 그래서 그가 느낀 상실은 무엇이었던가? 상실이라고? 상실이지. 스와 코타로는 그가 느꼈다는 상실이 뭔지 듣지 못했다. 어떤 느낌인지를 들었을 뿐이지. 그리고 그게 중요하냐는 반문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말에 스와 코타로도, 하긴, 그뿐이지, 하고 생각해 버렸었다. 그뿐이지. 그뿐이라고. 하면서. 스와 씨. 타치카와 케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돌아갈 때야. 지금이.
스와 코타로는 한참 만에 입을 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타치카와 케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다들 돌아갈 거야. 스와 씨랑은 다른 때에.
이상한 기분을 느낀 사람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것이다. 견디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는 데 성공할 것이다. 이곳? 이곳이 어딘데? 스와 코타로가 질문했으나 타치카와 케이는 그날처럼 웃을 뿐이었다.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당연히 중요하지! 그럼.
“너는 어디 있는 건데?”
타치카와 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는 언제 돌아가는 건데?”
타치카와 케이는 다만 웃었다.
돌아가지 않아.
“두 동강이니까.”
그 말과 함께 스와 코타로는 눈을 떴다.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 침상에는 코아라이 노보루와 오쿠데라 츠네유키가 서로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고 히토미 마코도 의자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옆을 보면 오, 스와 씨. 일어난 거야? 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 토마 이사미가 삐뚤삐뚤하게 깎고 있던 사과와 과도를 내려놓는다. 우리 아저씨도 곧 깨어날 수 있겠네. 무어라 말을 하려다 입원실 문이 열리는 까닭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링거는 내가 든다니까. 아뇨, 이코 씨에게 맡기는 게 더 불안하니까 그냥 제가 들게요. 오키는 아직이래요? 묻는 이코마 타츠히토와 미즈카미 사토시가 스와 코타로를 보고 눈을 크게 뜬다. 이마와 뺨에 반창고가 붙어 있는 그들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 그러고 보니 큰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던 것도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 지금쯤 상층부가 머리 아프게 조사하고 또 어쩌면 진상을 알아냈을지도 모르는 이유였다. 자신은 그것을 전달받기만 하면 그만이겠지. 그만일 터였다. 그러니까……. 스와 코타로는 고개를 들어 의사를 불러오겠다며 나가는 이코마 타츠히토 대신 혼자 남은 미즈카미 사토시를 붙잡았다. 링거를 붙잡고 선 그는 곧 빠르게 스와 코타로가 궁금해할 정보를 읊기 시작하니 여기는 미카도 시립병원이고, 보더 본부는 네이버에게 공격받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우리도 그들 중 한 명이며…… 아니, 그런 건 괜찮아. 내가 알고 싶은 건.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건…….
“왜 그래요?”
괜찮아요? 하나 대답할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