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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Singing a duet

  • gwachaeso
  • 4월 22일
  • 2분 분량

<WT>

우루로쿠



평행 처리에 약하다는 말은 순차 처리에 강하다는 말로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순서대로 번호를 붙일 수 있다면 미루거나 뒤집거나 건너뛰는 일 없이 온전히 그 순서대로 일에 집중할 수 있기에 로쿠타 리카는 그 점에서 확실히 타인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비록 현장에서는 하나하나 순서대로 일이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고 여기저기서 거의 동시에 움직임이 발생하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로쿠타를 꽤 자주 좌절케 했지만, 우루시마 부대의 오퍼레이터로서 그는 부대의 유일한 전투원인 우루시마 와타루를 어떻게 ‘오퍼레이팅’하면 좋은지 알고 있었다. 전투원이 한 명뿐인 우루시마 부대가 B급 중위라는 순위에 머무르는 데는 우루시마의 ‘원맨쇼’ 외에도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애당초 ‘원맨쇼’도 아니었지만.


오퍼레이터를 무시하는 자가 B급 중위에 오를 수 있을 리 없다.

그건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고, 정말로 사실이었다.


실질적 전투원이 한 명인 부대는 A급 상위에도 존재하고 있었으니 로쿠타가 그 점에서 좌절할 일은 없었다. 비록 그 부대―후유시마 부대는 오퍼레이터와 트래퍼가 스나이퍼를 지원하여 그가 최적의 자리에서 저격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로쿠타 혼자선 구현하기 힘든 포지션 구도를 완성한 부대였으나, 우루시마 부대에도 우루시마 부대만의 전투법이 존재했다. 비록…… 얍삽하다는 평을 듣기는 해도. 그 탓에 ‘수전노’라는 불쾌한 별명이 붙기는 해도. ‘우루시마.’


“미안해, 나 때문에.”


로쿠타 리카의 평행 처리 능력이 지금보다 나았으면 우루시마 부대의 형태나 전법도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달랐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로쿠타가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우루시마의 성격은 솔직히 말해서 썩, 부드럽진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우루시마와 부딪쳤다가 한바탕 깨진 어느 초짜―신입 대원에게선 ‘처음부터 두 명이었던 게 아니라 저 성격을 못 버티고 나가서 두 명이 된 게 아니냐’라는, 정작 그 자신은 진위를 알지 못하는 불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로쿠타의 다소 수동적인 성격은 더욱 우루시마 부대의 문제가 부대 대장인 우루시마 와타루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실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애당초 말이다.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가? 우루시마 부대는 대외적인 평은 썩 좋지 않은 편이기는 해도 꾸준히 성과를 올리는 부대였으며 카게우라 부대의 폭력 사태나 니노미야 부대의 탈주 사태처럼 어떠한 사건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타 부대의 성과를 가로챘다는 항의야 심심찮게 나오지만, 기록을 확인하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또는 절묘하게 결정타를 날렸다고 나오기 일쑤라 정식으로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우루시마 부대는 잘 굴러가고 있었다. 우루시마와 로쿠타, 두 사람의 조합으로. 두 사람이서, 잘 꾸려나가는 부대였다. 우루시마 부대는.


원맨쇼가 아니다.


평행 처리에 약하다는 말은 순차 처리에 강하다는 말로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현장에서는 하나하나 순서대로 일이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고 여기저기서 거의 동시에 움직임이 발생하곤 하지만, 환경이 아닌 우루시마 와타루 개인을 에이전트로서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다소 간단해지는 방정식이기도 했다. 순서대로, 하나씩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요구가 있을 시 해당하는 정보와 필요한 지령을 전달한다. 미루거나 뒤집거나 건너뛰는 일 없이 모든 정보가 온전하게 해석된다. 이는 로쿠타가 가진 장점으로, 로쿠타 리카의 체크 리스트는 우루시마 와타루에 관하여 작성되었으며 우루시마와 로쿠타 사이에는 이러한 응답과 요구가 확고한 프로토콜로 정립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들이 완성한 구도였고, 그들의 전투법이었다. ‘그들’의 전법이다. 우루시마 혼자만의 전투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루시마 부대는 실질적 전투원이 한 명뿐이나 로쿠타나 우루시마나 그 점에서 좌절한 적은 없었다. 오퍼레이터가 전투원을 지원하여 최적의 자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구도는 그들에게도 완성되어 있었다. 비록 얍삽하다는 평을 듣기는 해도. 그 탓에 수전노라는 불쾌한 별명이 우루시마에게 붙기는 해도. ‘뭐?’


“누가 또 뭐라고 떠들어댔어?”


로쿠타 리카의 평행 처리 능력이 지금보다 나았어도 우루시마 부대의 형태나 전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우루시마가 입 밖으로 낸 적은 아직 없었다. 썩 부드럽진 않은 성격 탓이었다. 아무래도.


어휴, 얍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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