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 my name!
- gwachaeso
- 3월 18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19일
<HQ!!>
히나야치. 오이이와. 아츠카게
지난해 봄, 오월의 신랑이 된 국가대표 배구 선수 히나타 쇼요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그의 배우자 야치 히토카에게 청혼할 당시, 한쪽 무릎을 꿇고 ‘히나타 히토카가 되어주시겠습니까’라고 청혼한 직후 자신의 뺨을 직접 세게 후려치며 ‘아니! 야치 쇼요가 되게 해 줘!’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그의 넓은 발만큼이나 널리 퍼져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덕분에 그는 그만큼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축복 속에서 결혼할 수 있었다. 비록 당시 그 모습, 광경을 직접 목격해야 했던 야치 히토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러야 했지만, 퉁퉁 붓기 시작하는 히나타의 뺨에 직접 급히 공수해 온 얼음주머니를 댄 그는 ‘좋아’라고 말하며 웃는 것으로 히나타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을 흘러내리게 했다. 그 모습에 다시 사색이 되어 하마터면 제 약혼자와 약혼 후 첫 데이트를 그가 끌고 간 병원에서 하게 될 뻔했지만…… 직후 일어나 입을 맞추는 그에 다행히 안도할 수 있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성공적으로 끝마친 히나타의 프러포즈에 얽힌 비화는 재미나게도 히나타 본인이 밝히기 전 그의 동료들에 의해 누설되고 말았는데, ‘우리 막내가 드디어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한다고 합니다. 과연 결과는?’ 같은 제목으로 숙소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던 동료들, 현 BJ 선수들이 뺨이 퉁퉁 붓고 눈이 부은 채로 들어오는 히나타에 급히 휴대전화를 내던지며 달려갔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다냐!’ ‘괜찮아, 히나타, 괜찮아!’ ‘휴지 필요해?’ ‘어깨라도 빌려줄까?’ ‘누가 냉동실에서 얼음 좀 가져와 봐!’ 우당탕 소리와 함께 엎어진 휴대전화의 카메라는 그 뒤로 아무것도 찍지 못했지만 음성만은 야무지게 녹화하였다. 그리고 보쿠토 코타로가 ‘이거 아직 켜져 있어, 츠무츠무!’라고 말하며 핸드폰을 끌 때까지 댓글 창은 폭발했고, 그 뒤로도 폭발하여 한밤중에 기사가 났고, 히나타는 자기도 모르게 라이브 방송을 준비했던 동료들의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은 후(그들이 먼저 때리라고 머리를 갖다 댔다. 히나타는 거절하지 않았다), 야치와 대화를 나눈 끝에 수 시간 전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여러분, 저 실연 안 당했고요, 프러포즈는 잘됐습니다. 여러분, 저 결혼합니다. 잘 살겠습니다!
배구계 마당발 히나타 쇼요의 결혼식에는 전 세계 국가대표 배구 선수들이 하객으로 참석하여 다시 한번 유명해졌다. 그중에는 아르헨티나 배구 선수 오이카와 토오루도 있었고, 그와 사실혼 관계인 애슬레틱 트레이너 이와이즈미 하지메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그들 간의 굳건한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사실혼 관계로 머물고 있는 까닭은 이름에 관해 아직도 합의를 보지 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우스갯소리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메가 오이카와 하지메는 싫다고 해서요.’ 그렇게 말하고 있으며 저쪽에서는, ‘아, 이와이즈미 토오루요? 저기 있습니다.’ 하고 받아치는 형태였다. 그래도 지인의 결혼이 결착 상태에 이르렀던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주긴 했는지, 다가오는 여름, 7월즈음에 마침내 두 사람이 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기사가 뜬 것이 올해 2월이었더랬다. ‘축하해요! 그래서 이름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기사보다 먼저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의 지인, 한창 신혼을 즐기고 있는 오월의 신랑, 히나타의 질문에 오이카와는 ‘그냥 각자 그대로 살기로 합의했어.’라는 결말을 전했고, 히나타는 그에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라고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말을 뱉지 않고 그대로 삼키는 어른스러움을 보였다. ‘계속 이와쨩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네요.’ ‘그치.’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라 더는 꽁해 있을 수도 없었다. 뭐가 되었든, 아무튼 뭐가 됐든 좋지 아니한가. 사랑하는 이와 서로 바라는 결혼을 하겠다는데.
한편, 그들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도 있었다.
미야 아츠무라고 하는 자가.
시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의 결혼이, 예정된 결혼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도 결코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지인들의 결혼을 축하했고, 그들이 행복하길 바랐으며, 그의 질투는 오로지 오롯하게 부러움에서 비롯되었고 거기서 그쳤다. 히나타의 결혼은 그렇다고 치지만, 오이카와의 결혼도? 이와이즈미 때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첫인상은 조금 많이 고약했으나 국제 분쟁 화해의 상징으로 삼아도 될 만큼 뛰어난 맛을 선보인 주먹밥 덕택에 오이카와와 미야는 제법 훈훈한 관계로 스페셜 매치를 마무리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미야의 ‘사랑’과, 오이카와의 ‘통찰’이 간만에 잘 버무려진 덕이기도 했다. 미야는 제 형제를, 오랜만에 만나는 날에도 투닥거리며 싸우느라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 하나뿐인 제 동생을 몹시 자랑스러워했고, 그것을 알아챈 오이카와 또한 손에 쥔 상대방의 약점으로 속을 긁어내기보다는 좋게 화합하는 방향으로 조율하는 걸 선택할 정도로는 성격이 좋았다. 물론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먹밥의 진미였다. 오이카와는 그예 인증샷까지 야무지게 찍어 SNS에 올렸더랬다. 미야는 거기에 ‘좋아요’를 곧장 누르는 것으로 그들이 순식간에 쌓은 공고한 친분을 팔로워들에게 선보였다. 헤어질 때쯤이 되자 그들은 서로를 배웅할 만큼 친해져서 ‘뭐야, 쟤들 언제 친해졌어?’란 말이 주변에서 나올 만큼 화목한 구도를 내보일 정도가 되어 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 아츠무 군!’ ‘어야, 조심히 들어가이소! 또 봅시다!’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분위기는 참 좋았다. ‘다음엔 반드시 이길 겁니다.’ ‘뭐, 기대 정도는 해줄까나.’ 그리고 그 말에 동그랗게 뜨는 눈도 그들 곁에 있었다. ‘다음에도 같은 말을 하리란 기대.’ ‘수포로 돌아가겠네요, 그 기대.’ ‘토비오쨩, 수포란 단어도 알아? 많이 컸네. 한자로 어떻게 쓰는 줄도 알고?’ 그러나 그 말에 반박하기도 전에 오이카와의 머리를 내리치는 매서운 손이 있어 입을 다문 카게야마였다.
‘나이가 몇 갠데 철 좀 들라고 했지.’
‘아파! 이와쨩!’
오이카와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기 전 미야기현의 고향에 한 번 들를 예정이었고, 그와 동향인 이와이즈미도 오랜만에 본가에 들를 겸 동행하기로 했다는 모양이었다. 머리 모양 망가진다고 콧방귀 뀌며 신경도 쓰지 않는 이와이즈미에게 한껏 심통을 부린 그는 곧 이와이즈미와 함께 떠났고, 떠나는 그들을 보다 미야는 슬그머니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제 손을 잡는 손을 모르지 않을 카게야마도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싫었으면 진작 뿌리쳤지. 싫은데도 계속 잡혀있을 성정이던가, 그가. 그건 그들의 연애 전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미야 또한, 카게야마가 그런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 그를 더욱 좋아했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그가.
“싫어요.”
그가 좋았지, 응, 미야는 그런 그가 좋았다. 속으로 눈물을 찔끔 흘리며 미야는 응, 토비오 군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카게야마는 얼척 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로 미야를 쳐다보았다. 응, 그는 카게야마였다. 미야가 아니라.
“제가 왜 미야가 됩니까?”
은근슬쩍 운만 떼보려 한 건데 대번에 말 같지 않은 소리는 그만하라는 눈빛과 함께 거절당해 조금 의기소침해진 미야의 어깨가 줄어들었다. 수작질 좀 하려다가 차여버렸다. 아니? 이걸 수작질이라고 볼 수 있나? 쟤네 좀 봐! 쟤네는 다 성공했잖아! 이게 그렇게 욕먹을 수작질이야!? 그러나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높은 확률로 카게야마는 미야가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그 속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그 정도 눈치를 바라면 안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으므로. 과연 그랬고, 실로 그랬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그게 아니면?
“츠무츠무, 까였구나…….”
“봇군, 그 입 안 다무나…….”
나!? 등을 돌리면 휴대전화를 가로로 들고 있는 그가 보였다. 설마!?
“하하하. 하하하.”
당장 그 휴대전화를 내놓지 않으면 못 쓰게 만들겠다는 미야와 이것 좀 보라고, 웃기지 않냐고 촬영한 영상을 쿠로오에게 보낼 준비를 마친 보쿠토 사이에 맹렬한 술래잡기가 펼쳐졌고 그 모습을 촬영하는 히나타는 즐겁게 웃었다. 그래도 라이브 방송은 아니니 그들보다 확실히 어른스러운 그였다. 그리고 딱히 미안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야에게도 작은 선물을 남기는 그였다.
“카게야마.”
“왜.”
“아까 츠무 씨가 한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