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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Rewrite

  • gwachaeso
  • 3월 28일
  • 3분 분량

<WT>

리퀘스트



실종되었던 아마토리 가의 딸이 오 년 여 만에 돌아왔다. 작은 소년과 함께.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미쿠모 오사무는 그 애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그 자신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미쿠모 오사무는 아마토리 치카를 모른다.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토리 린지다. 아마토리 린지는 아마토리 가의 장남이자 아마토리 치카의 오빠로, 그가 미쿠모 오사무의 과외 선생이 되어 미쿠모 오사무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아마토리 치카가 그 애의 친구 ‘아오바’와 함께 실종된 이후였다. 아마토리 린지는 이후 아마토리 치카를 찾기 위해 게이트와 네이버에 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역시 실종된 것이 지난 5월. 아이들을 모두 미카도시에서 잃어버린 아마토리 가는 이사를 준비했다. 아마토리 치카의 발견이 일주일만 늦어졌어도 아마토리 치카는 미카도시에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엇갈릴 뻔하였다. 다행히도, 스스로 집을 찾은 아마토리 치카는 가족과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다. 비록 그의 오빠와는 만날 수 없었지만. 그렇게 되었지만.


소식을 들었을 때 미쿠모 오사무는 아마토리 치카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아마토리 린지가 그를 속인 일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예약 문자로 발송된 메시지, 미쿠모 오사무는 그것을 아마토리 부부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없었다. 딸에 이어 아들까지 잃고 절망하던 부부에겐 지푸라기든 뭐든 붙잡을 것이 필요했다. 설령 도움이 되지는 않는 정보일지라도. 이에 미쿠모 오사무는 적잖게 죄책감을 느꼈다. 제가 좀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면 아마토리 린지는 제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획을 공유했을까?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어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무작정 아마토리 가를 찾았다. 아마토리 부부는 미쿠모 오사무를 제법 밝은 얼굴로 환대했는데, 지금껏 네이버에게 끌려간 이들 중 돌아온 이는 아마토리 치카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절망했었던 부부다. 그래서 이젠 희망을 찾은 이들이기도 했다. 치카가 돌아왔다. 린지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 부부에게 머쓱하게 인사하며 미쿠모 오사무는 거실로 발을 디뎠다. 미리 방문 약속을 잡았기에 아마토리 치카는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쿠모 오사무를 본 그는 그늘진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미쿠모 오사무는 오늘 아마토리 치카를 처음 보았지만 그의 얼굴이 어두운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오 년 여 만에 돌아온 집이다. 그런데 그간 저를 찾기 위해 애쓰던 오빠 또한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쿠모 오사무로선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아마토리 치카 뒤로, 그러니까 소파 뒤에 서서 팔을 기대고 서 있던 하얀 머리의 소년이 아마토리 치카에게 말을 걸었다. ‘치카. 알잖아.’


“네 탓이 아니야.”

“응…….”


그는 누구일까?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게 치카 곁에 서 있던 그가 누구인지 미쿠모 오사무로선 알 수 없었다. 가족? 친척? 어쩌면 친구일지도 몰랐다. 오 년 여 만에 돌아온 미카도시에 아마토리 치카가 아무렇지도 않게 곁을 내어주고 마음을 열 정도의 친구가 남아 있다? 좋은 일이긴 하나 정답은 아닌 듯했다. 그렇지만 누군지 캐물 정도의 자격과 명분이 미쿠모 오사무에겐 없다. 미쿠모 오사무가 아마토리 린지와 친분이 있든 말든, 아마토리 치카와는 오늘이 초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얼굴에서 감쪽같이 숨길 정도로 미쿠모 오사무는 제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하지 않다. 그는 아직 중학생 소년이기도 하므로. 그런 그를 눈치채는 것은 아마토리 치카에게도, 흰 머리의 소년에게도 어렵지 않다. 미쿠모 오사무는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헤쳐온 여정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이 정도는.


“아, 이쪽은…….”

“쿠가 유마라고 해. 치카와는 함께 미카도시로 건너왔어.”


열다섯 살. 그 말에 내심 쿠가 유마가 저보다 연하인가 했던 미쿠모 오사무는 꾹 다문 입 안에서 혀를 깨물며 반성한다. 제법 세게 깨물었는지 아프지만, 지금은 그 아픔에 집중할 때가 아니었다. 미쿠모 오사무는 중학생이지만 영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소년이다. 쿠가 유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년의 말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감지해 낸다. ‘건너왔다는 건…….’ 쿠가 유마의 눈도 가늘어진다. 이 소년은 감이 좋다. 그뿐이라는 걸 알지만.


“맞아. 나는 게이트 너머의 세계에서 왔어. 너희들이 말하는 네이버라고 할 수 있지.”

“뭐……!?”

“유마, 그건…….”

“괜찮아, 괜찮아. 말할지 말지는 내 선택이고 책임이니까. 그렇지? 레플리카.”

「그 말대로다.」


소파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온 작고 원형의 트리온 병사에게서 기계음이 울리는 순간 미쿠모 오사무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으로 놀람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쿠가 유마의 말은 아마토리 치카처럼 미카도시에서 납치되었다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아마토리 치카와 같다면 자신을 네이버라고 소개할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 네이버라니? 네이버는……. 네이버가…….


“인간이라고……?”

“맞아. 게이트 너머에 살고 있는 네이버는 나 같은 인간이야.”


‘치카와는 ―에서 만났어. 미카도시라는 목적지가 같아서 동행했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잇는 쿠가 유마에 오히려 아마토리 치카가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쿠가 유마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미쿠모 오사무가 감이 좋은 소년이어 봤자 잡아떼면 결국 반박하지 못하고 수긍할 뿐인 소년인 걸 알지만. 그뿐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정체를 선뜻 밝힌 건 쿠가 유마의 의지였다. 어쩌면 반대로 쿠가 유마의 ‘감’일지도 몰랐다. 과연 어떨지, 너는 어떨지, 시험해 보는. 관찰해 보는. 소년에.


무어라 말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입을 떼지 못할 때.


“치카?”

“엄마?”


잠시 외출한다던 아마토리 부인이 곤란한 얼굴로 들어와 대치가 깨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미쿠모 오사무를 의아하게 보기에 미쿠모 오사무도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아마토리 부인의 관심은 다행인지 그에게 오래 쏠리지 않고 하나 남은 소중한 딸, 아마토리 치카에게로 향한다. 퍽 곤란한 얼굴로. 그러자 아마토리 치카의 얼굴에도 퍼뜩 긴장과 걱정이 몰려와 먹구름처럼 표정을 흐린다. 이렇게 보면 꼭 닮은 얼굴의 모녀였다. 지금 와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미안해, 우리 딸. 그렇지만 꼭 너를 만나야겠다는 사람이 와서…….”

“나를…… 만나야겠다는 사람…….”

“응.”


고개를 돌려 뒤따라온 그들. 아마토리 부인은 그들을 힐긋 본 다음 말을 잇는다.


“보더에서 오셨대.”


미쿠모 오사무가 숙였던 고개를 번쩍 쳐든다. 쿠가 유마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마토리 치카는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거실로 발을 들인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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