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ch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구 아즈마 부대 SF 안드로이드
지인이 풀어준 이야기를 빌려 씀
‘패치 파일’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 역시 그였다. 아즈마 하루아키 말이다.
일찍이 그는 ‘니노미야’에게 자신이 의도적으로 만든 결함에 관해 설명한 적 있었다. 인간을 닮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 하나 때문에 만들어진, 기계의 몸체 위로 재현된 무수한 결함에 관해서 그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고,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패치 파일의 존재와 위치를 일러주어 니노미야의 메모리에 그것들이 기록되도록 했다. 하드웨어적으로 구현된 부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소프트웨어는 수정할 수 있었다. ‘인간답게 있어라.’라는 전자뇌 프로그램 가장 상위에 기록된 명령을 패치 파일을 통해 무시할 수 있었다. 가장 간단한 실행 예시를 들자면, 패치를 받은 니노미야는 더는 눈을 깜박이지 않고 카메라로 끊김 없이 영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원한다면 언제든 패치를 받아도 좋아.’ 하지만 니노미야는 제 연산 능력이 그런 패치 하나로 크게 향상되리라고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것을 다운로드 하거나 설치하지 않았다. 그 뒤로 달라지지 않은 니노미야를 아즈마도 분명히 보았을 것이기에 아즈마도 그가 그것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예상했을까, 실망했을까. 가장 처음에, 그러니까 까마득한 오래전에 아즈마는 니노미야의 외양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었다. ‘그게 왜 필요하지?’ ‘니노미야’를 만드는 일에는 착수한 이후였다. 작은 전자뇌. 아즈마가 만들려고 한 것은 그게 다였다. 그게 핵심이었고, 전부였다. 중앙 처리 장치의 위상을 부정할 생각은 없으나, 아즈마에게 ‘필요해요’라고 반박한 사람은 있었다. ‘설득해 보련?’ 그 말에 그는 아즈마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름은 하토하라 미라이. 아즈마의 조수이자 수석 연구원. 한때 몸담았던 연구소의 극비 자료를 들고 도망쳐 자취를 감췄던 그가 돌아왔을 때, 아무도 그를 받아들이길 원치 않았을 때 기꺼이 받아들여 준 사람은 오래전 그가 사사했던 스승 아즈마 하루아키였다. 광기의 원정에 합류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토하라가 돌아왔을 때 아즈마는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오래도록 입 속에서 고르다, 고른 말을 그에게 건넸다. ‘니노미야가 너를 오래 찾았단다.’
아즈마 하루아키가 사망했을 때 하토하라는 그의 개인 연구소를 물려받았으나 그는 곧 그곳을 관리할 자로 니노미야를 등록한 후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았다. 니노미야도 보지 않았다. 니노미야는 오래전 ‘니노미야’가 하토하라를 찾은 이유를 알고 있었고, 그 이유가 지극히 인간적이었던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하토하라를 잡지 않은 판단이 인간적이었는가, 하면 연산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패치 파일을 받지 않아서일까? 하지만 패치된 인간성으론 답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겠지. 패치 파일의 존재를 안 지 3년. 그럼에도 그는 아직 그대로였다. 그대로, 언젠가처럼 남겨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