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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Operator Command: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타치렌



어려선 소꿉친구로 어딜 가든 붙어 다니지만 자라선 제 또래 동성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즐겁다며 점차 사이가 멀어지는 소년소녀의 정석적인 전개를 밟은 줄 알았던 타치카와 케이와 츠키미 렌이 2주 만에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그들은 보더 본부 건물에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아직 휑하기만 했던 라운지에서 두 사람은 마주쳤고,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사실로 두 사람 중 타치카와 케이의 입대 시기가 츠키미 렌보다는 조금 일렀는데, 츠키미 렌을 본 순간 타치카와 케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그 뒤 약 반년 동안의 두 사람의 관계를 결정지었다고 한다. 타치카와 케이에게 악의는 없었다. 늘 그랬듯이. 알고는 있지만. 다소 심드렁하게 말을 꺼냈을 뿐이었다. 평소 같이. 왜냐하면.


‘타치카와 군은 학교가 재미없어?’

‘재미없어.’

“오퍼레이터?”


그 말을 하는 타치카와 케이의 표정이 어땠는지 타치카와 케이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얼굴을 본 츠키미 렌만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겠다. 그 말대로 츠키미 렌에게는 전투원의 재능이 없었고, 타치카와 케이에겐 넘쳐났으며, 그의 손에 쥐어진 트리거는 그에게 그간의 무료함을 보상하는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어려서는 얼굴에 한 번도 서린 적 없던 무료함. 그러나 자라며, 커 가며, 더는 자극적이지 않은, 무자극 하기만 한 일상에 버려지며(우스운 표현이다. 버린 것은 그 자신이면서), 완연히 자리 잡은 무기력. 그보다는, 실망. 어려서 소꿉친구 사이라는 것은 부모끼리도 친분이 쌓인다는 뜻이라 츠키미 렌은 타치카와 부부의 근심 어린 목소리를 제법 가까운 공간―예를 들어 어머니끼리 모여 차를 마시는 1층 거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얘가 공부에 도통 재미를 못 붙이는 것 같다. 공부뿐만이 아니다. 엇나가면 어쩌나 걱정이 든다. 어쩌면 좋을까……. 소년의 부모에게 다행은 아니겠지만, 소년이 엇나가기 전에 먼저 엇나가고 만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일상이렷다. 사이 좋게 무너진 집들을 뒤로 하고, 생채기가 난 무릎을 툭툭 털고 일어나 멀리, 괴물의 목과 허리와 눈을 베고 있는 자들을 지켜보았다. 츠키미 렌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타치카와 케이에게 ‘뭐가 그렇게 재밌어?’라고 묻지 않았다. 저기. 타치카와 군. 타치카와. ‘케이.’ 그래서 그도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도 묻지 않을 작정이다. 츠키미 렌은. 그리고 생각한다. 조금. 조금은…….


화가 나려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대답한다.


“맞아. 오퍼레이터.”

“그래?”


타치카와 케이도 바보는 아니다. 츠키미 렌의 기분이 어쩐지 조금 나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말이 원인이 되었음도 눈치채지만 돌이킬 수 없게 된 무언가에 헛되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의 성정과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웃으며 차후엔 반드시 부대를 만들어 행동해야 하며 부대엔 오퍼레이터가 필수라는, 시노다 본부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저보다 늦게 온 츠키미 렌에게 약간의 으스댐을 담아 떠들어대기로 한다.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선에 있습니다.」


왜 화가 났는지 물어는 보는 게 맞았으려나.


「맞추실 수 있죠?」

“이 정도야. 거뜬히.”


라져, 라고 이어지는 스나이퍼의 대답을 타치카와 케이가 들을 수 있을 리 없다. 대답을 듣는 것은 츠키미 렌이다. 대응할 새도 없이 날아간 아이비스가 타치카와 케이의 트리온체를 단숨에 꿰뚫어 두 손으로 막을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을 가슴과 배에 걸쳐 뚫어버린다. 화면 너머로, 레이더 너머로, 스나이퍼의 시야를 빌려 조준경 너머로 그를 응시하는 자는 오퍼레이터―조작자다. 이제는 그 역시 그에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재밌냐고. 그러면 언젠가 하지 못한 소녀의 질문에 언젠가의 소년도 대답할 것이다.


“하하.”


웃으면서. 제법이구나, 츠키미. 렌. 하는 대답을.


하지만 츠키미 렌에겐 그에게 질문할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타치카와 케이도 그에게 대답할 이유가 없다.

평소 같다. 두 사람은.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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