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tor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타치렌
오퍼레이터는 대체로 병렬 사고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A를 생각하면서 B를 적고 C를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예를 들어 오퍼레이터 T는 전투원 A와 지형 정보를 연결하면서 전투원 K와 전투원 N에게 적의 좌표를 전달하고 전투원 M이 이동할 경로를 지시하는 작업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는 데 약간의 지연만을 필요로 한다. 기기 조작의 한계로 처리 자체는 순차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나, 조작 능력이 뛰어난 오퍼레이터는 이 지연조차 최소화한다. 실로 오퍼레이터 K는 그가 가진 뛰어난 기기 조작 능력으로 그가 속한 부대를 전력으로 지원, 이윽고 그들의 전력이 보더 내 최고로 평가받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을 단순한 ‘전달자’로 취급하는 것은 ‘운영자’를 제대로 ‘운용’할 줄 모르는 하수나 할 법한 짓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보통 부대를 꾸리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 표현대로 오퍼레이터가 ‘전달자’에 불과할지라도, 수신 측에서 준비되지 않는 한 송신 측이 무엇을 전송하든 해석하고 응답할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에는 ‘프로토콜’이 있어야 한다. 규약이, 대표적으론 존중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하고 이는 인간관계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난 타치카와 군의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지 않아.”
거절할게. 츠키미 렌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그리 말했을 때 열여섯 살의 타치카와 케이는 자신이 무엇을 간과했는지 생각했다. 프로토콜. 규약. 관계. 츠키미 렌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자신이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존중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츠키미 렌이 그렇게 묻는다면 대답하기 퍽 어려웠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존중 아닌가. 츠키미 렌이 그럼 사람이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런 당연한 말로 반박하기엔 어려서부터 영리하고, 언젠가부턴 저보다 앞서 나가던 소꿉친구였다. 그럼, 그 점이 아닌가? 해석 쪽에서? 응답 쪽이? 츠키미 렌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가? 타치카와 케이에게. 오퍼레이터로서? 아니면 츠키미 렌으로서?
“가 볼게.”
그런 타치카와 케이를 보다가 인사와 함께 등을 돌리는 츠키미 렌이었다. 등을 돌리면서 작게 웃음도 흘렸다. 타임 업. 주어진 시간 동안 타치카와 케이는 정답을 말하지 못했고, 츠키미 렌의 예상과 다르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나 말고 다른, 좋은 오퍼레이터를 구하길 바라. 타치카와 군. 아직은 ‘대장’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니까.
그래도 뒤늦게 한 가지 실수했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눈치채진 못할 것도 알았다.
츠키미 렌은 타치카와 ‘부대’의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
츠키미 렌은 누구를 향해서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지 못한 말을.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