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Lier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미즈이코. 이코마가 원정 가는 이야기
“원정, 꼭 가야 하나요?”
언뜻 듣기에는 무심한 말투지만 말투 아래 담긴 말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당신은 알리라. 말을 마치며 그는 캔 뚜껑에 달린 고리를 잡아당겼고, 칙, 소리와 함께 열린 뚜껑 아래에선 거의 가득 담긴 내용물이 충격에 출렁거렸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다고 홍보하던 일명 제로 콜라다. 그 말은 곧 설탕 대신 다른 성분으로 단맛을 냈다는 소리겠지만 그게 무엇인지에 관해선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심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이다. 원정에 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은 바람의 무게 때문이라도 전혀 무심하지 않았다.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빼고 싶진 않아.’ 그리고 그 말에 따라오는 대답이야말로 무심하게 들린다. ‘나를 생각하지 않는 말은 곧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것을 알고 있다. 미즈카미도 그렇게까지 이기적인 사람이 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제 주장에 틀림이 없고 어긋남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방향에서도 제법 이기적이다. 그는 제 옆에서 껍질을 벗긴 아이스크림 바를 와삭 깨무는 이코마를 바라본다.
“원정 시험에서 대장이 아닌 대원들에게 임시 대장을 맡긴 건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었겠죠.”
“미즈카미도 대장이었지. 9번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물론 미즈카미는 ‘대장’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행동했다. 그의 부대가 최선에 설 수 있도록. 하지만 그 과정이 ‘선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미즈카미는 대장으로서 그의 부대가 가장 큰 이득을 보도록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대장’이 되어 그의 부대를 이끌었냐고 묻는다면 ‘그랬을 것 같나요’라고 되물을 정도의 양심은 가지고 있었다. 성적을 잘 받는 것과 좋은 것은 다르다는 걸 알 만큼의 분별은 있었다.
그리고 이코 씨는 좋은 대장이다. 미즈카미에게. 미즈카미가 따라 할 수 없는 대장.
“임시 대장은 잘 해냈잖아.”
그러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코마는 잠시 떠나 있을 뿐 다시 돌아올 것이고, 미즈카미는 그때까지의 임시 대장을 맡는 것뿐이니까. 그리 말하는 그는 이제 한동안 다시금 ‘미즈카미 부대’를 이끌어야 하는 미즈카미를 언뜻 듣기엔 무심한 말투로, 그러나 말투 아래 담긴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 말로 격려하고 어깨를 툭툭 두드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하고 싶지 않아요.”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잖아.”
‘이코 씨에게서 듣고 싶진 않아요, 그 말. 이코 씨는 하고 싶은 일 하러 가는 거잖아요, 지금.’ 그러나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미즈카미는 스스로 어느 정도의 투정을 부려야 하는지, 부려도 되는지 가늠할 줄 알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코마가 곤란해지기 전, 또는 엄하게 멈춰 세우기 전에 스스로 투정을 멈추고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억지로 얼굴을 푸는 것은 역으로 억지로 굳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지만, 별수 있나. 별수 없었다. 이코마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것은 여기까지고, 나머지는…….
“그러게요.”
“그러니까.”
“잘 다녀오세요, 이코 씨.”
“부탁한다. 미즈카미.”
“맡겨두세요.”
거짓 웃음도 거짓말 중 하나로 칠 수 있다면 미즈카미는 거짓말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말이지, 거짓말쟁이는 저 하나로 족하므로.
“다녀올게.”
당신까지 거짓말쟁이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미즈카미는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