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row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팬아트. 델자와님 썰의 IF 전개
저를 놔두고 달려가는 모습이 생소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무엇이 당연하냐면 생소해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스와의 포지션은 건너. 중거리를 커버하는 그는 어태커로서 근거리 공격을 담당하는 카자마보다 언제나 뒤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뒤에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 카자마는 각 포지션에 따른 위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카자마 소야는 저를 남겨 두고 전장으로 떠나는 스와 코타로의 모습이 낯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와를 남겨 두고 손 닿지 않는 전장으로 떠나는 것은 언제나 그였지 않나. 저도 자각은 하고 있었다. 자각은 하고 있었기에, 스와가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 있었다. 실상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마음의 준비를. 최근에는 더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곧 스와가 제게 이별을 고할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스와가 상층부에 은퇴 의사를 꺼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더욱 확고해졌다. 보더에서의 기억을 지울 스와는, 카자마와의 기억도 지울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최초로 돌아가리라. 최초, 서로를 알지 못하던 때로, 그러나 스와만이 그 시절로 돌아가리라. 카자마는 여기 있을 테니까. 떠나지 않을 테니까. 보더를.
그 점에 더 힘들어했음을 알면서도. 보더를 떠날 순 없었다. 그 사실에 힘들어할 자신을 알면서도, 굽히지 않을 자신도 알았다. ‘조심히 다녀와.’ 그 말을 지키지 못한 자신은 발언권을 잃었음도. 카자마 소야는 입 밖으로 소리 내 꺼내지만 않았을 뿐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에 입을 다물었다. 스와 코타로는 알았을까? 알았기에 화를 낸 것일까? 몰랐다면, 알게 되었을 때 지금보다 더 화를 낼까? 어때.
“대답해 줄 수 있어?”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조심스럽게 꺼내는 질문이다. 평소라면 ‘대답해라.’ 또는 ‘대답해 봐.’ 같이 물었을 그가 지금은 지은 죄를 알아 굉장히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내일은 볼 수 있나?’ 물었을 때처럼 소매를 잡고, 소매만을 잡고, 소매 외엔 잡을 자격이 없는 것을 알아서 조심히, 또 조심히.
잠든 그대의 잠을 깨울까 봐 조심하는 것처럼. 조심히, 또 조심히.
그렇지만 너무 오래 잠들지는 마, 스와. 내일 보기로 했잖아, 우리는.
카자마 소야의 트리온 전투체가 파괴되었을 때도 작동하지 않은 베일 아웃이었다.
‘내일은 볼 수 있냐?’
그렇지만 오래전 똑같이 물었던 스와 코타로에게 저는 무어라 대답했던가?
‘내일은, 그럼 모레는 볼 수 있냐고.’
‘스와.’
‘아, 그래. 글피는 출정일이지. 나도 알아.’
나도 알아…….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야, 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저 자신의 속삭임을 외면한다. 내일은 영원히 내일일 테니까, 라고 저 뒤에 서서 읊조리는 저 자신의 혼잣말을 무시한다. 내일 보자. 내일. 그래, 그럼. 그럼 오늘은 보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은.
“괜찮을 리가.”
삑삑거리는 기계음을 외면한다.
“괜찮을 리가 없잖나, 스와.”
호흡기를 타고 넘어오는 숨소리를 무시한다.
“하나도 안 괜찮아.”
저를 놔두고 달려가는 모습이 생소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괜찮지 않았을 너를 떠올린다.
나도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지 않았을 너도 알았지만,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카자마 소야는 저를 남겨 두고 떠나는 스와 코타로의 모습이 낯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와를 남겨 두고 손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것은 언제나 그였는데. 자신이었는데.
떠나지 마라.
손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지 마.
나는 떠나도 너는 떠나지 마. 아, 참으로 이기적인 부탁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알잖나. 나 보고 성격이 나쁘다고 투덜대던 건 언제나 너였음을.
소매에서 손을 뗐다. 잠시 허공을 헤매던 손이 마침내 손 위에 얹어졌다. 겹치고, 구부러져,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이 그에 합류한다. 마침내 양손으로, 오른손을 붙잡는다. 그것 하나만을.
움찔, 하며 떨리는 눈꺼풀을 기도하듯 고개 숙인 자가 알아챌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