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비자림

Lost & Lost

  • gwachaeso
  • 3월 28일
  • 3분 분량

<WT>

IF 스와가 아프토크라톨에 납치, 세뇌되었다면

폭력성, 잔인함 주의



사사모리 히사토는 결코 약한 전투원이 아니었다.


B급, ‘스와 부대’의 부대원인 그는 트리온 병사에 맞서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보더의 정규 대원이었고, ‘스와 부대’ 외 다른 소속을 거부한 그의 부대원이기도 했다. 사사모리 히사토의 대장은 스와 코타로였다. 스와 코타로가 돌아와 스스로 부대를 해산하지 않는 이상 사사모리 히사토는 그 외 다른 대장을 따를 생각이 없었고, 그는 실로 자신이 내세운 결심을 지켰다. ‘스와 코타로’가 돌아왔다. 하나 부대를 해산하진 아니했다. 그러므로 그는 여전히 사사모리 히사토의 대장이었다. 그러므로 사사모리 히사토는…….


스와 코타로를 벨 수 없었다. 그것이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낳았다.


사사모리 히사토의 트리온 전투체는 조금 전의 공방으로 완전히 부서졌으나 그는 자신의 의지로 베일 아웃 기능을 정지했다. 스와 코타로를 두고 갈 순 없기 때문이었다. ‘왜 당신이 거기 있어요?’ 답을 듣지 못할 걸 알면서도 답을 아는 질문을 했던 그는 답하지 않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후일에 반드시 기억을 찾을 그는 얼마나 자책할까? 그가 자신의 목을 졸랐음을 알게 되면. 후회할 사람이지 않나, 당신은. 보라, 지금도. 마찬가지로 부서진 트리온 전투체였지만 베일 아웃 같은 기능은 이들에게 사치였는지 돌아가지 않고 남아 맨손으로, 성인 남성의 평균적인 악력으로 그보다 어린 자의 목을 조르는. 눈을 덮고 귀를 가리고 입을 막고 뇌를 뭉갠 환각 착각 세뇌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흔들리는 눈의. 떨리는 손의. 가라앉은 입꼬리의. 여전히 그 안에 있을 여전한 당신이 말하고 있지 않나. ‘아, 네가 왜 거기 있니?’


도망가.

명령이야, 히사토.


하지만 사사모리 히사토는 그에 웃으며 대답한다. 죽어가는 숨으로, 목소리로.


“도망갈 수 있을 리가요…….”


당신을 두고 갈 수 있겠나, 내가. 다만 안타까워할 뿐이다. 안타까워할 뿐이지.


“죄송해요.”


눈을 감는 순간이었다. 그에겐 조금의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사사모리 히사토는 그의 뒤에서 나타나 스와 코타로의 팔을 잘라버린 자의 존재를 알아챘음에도 막을 수 없었다. 스와 코타로의 트리온 전투체는 부서진 지 오래라고 했다. 그러므로 잘린 단면에서 튀어 오르는 것은 하나밖에 될 수 없다. 붉고, 뜨겁고, 물보다 진득한……. 진작에 사사모리 히사토가 스와 코타로를 베어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작에 그가 베일 아웃 기능을 정지하고 스와 코타로를 설득하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무엇이냐면 이런 일이다. 사사모리 히사토는 사과했다.


“카자마 씨.”


친구의 팔을 베어내는 자의 얼굴까지 튀어 오른 핏방울이 그대로 터져나가 어려 보이는 얼굴에 얼룩을 남긴다. 그러나 그는 무표정한 그대로 사사모리 히사토의 사과를 거절한다. 스와 코타로를 그대로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린 후 목에 스콜피온을 겨누는 그는 사사모리 히사토의 사과를 받지 않는다. 그에겐 사과조차 받고 싶지 않아서? 그건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카자마 소야는 이것이 사과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사과받을 일은 아니지. 도리어 감사를 받을 일이지. 사사모리 히사토에게서? 아니.

고마워할 사람은 따로 있다. 여기.


안 그래?


“스와는 내게 고마워할 거다.”


제 부대원의 목을 조르는 자신을 막아줬으니 이보다 더 감사받을 일이 있을까. 후일에 기억을 되찾으면 제 목을 조르는 과거에 몸부림칠 그일 게 분명한데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줬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그건 궤변이지 않나……. 간신히 떴지만 가물거리는 눈을 끝내 감으며 사사모리 히사토가 생각한다. 우타가와 료의 부축을 받은 그는 이대로 보더로 돌아가게 되리다. ‘스와 씨는?’ 마치지 못한 질문을 남겨둔 채로. 키쿠치하라 시로와 함께 떠나는 그들을 다만 기척으로 배웅한 뒤 카자마 소야는 잘린 팔의 단면을 부여잡는 친구를 내려다본다.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를 보며 즐거움을 느낄 정도로 성격이 나쁘진 않다. 생살을 가르는 고통. 뼈를 끊어내는 고통. 바닥에는 고인 피로 웅덩이가 생겨나고, 친구의 생살을 가르고 뼈를 끊어낸 카자마 소야는 그에게 묻는다. ‘너.’ 비명을 간신히 참아내는 미련한 ‘너’. 더는 반항하지 못할 그에게 그가 묻는다. 순순히 대답할 것을 알아서. 고통 앞에서는 진솔해지는 것이 인간이라서.


그 때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무슨 뜻이야.”

“스와.”


잃은 줄만 알았던 당신 안엔 누가 있는가?

네가 있지.

잃은 줄만 알았던 당신 손에는…… 누구의 피가 묻어 있는가.

네 피는 아니야…….


“나는 너를 환영할 수 없어. 스와.”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나는 너를 알아.”


쓸데없이 잘 알고 있어. 너는 죽지 않을 거야. 대신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할 거야.


평생을 그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겠지. 그럼에도 마땅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더욱 고통스러워하겠지. 고통 속에 자신을 밀어 넣겠지. 평생을 죄스러워하며 살겠지. 일생.


사사모리 히사토는 알지 못했지만 카자마 소야에겐 이미 보고된 사실이 있었다.


그래.

그래…….


“너는 네가 대신 죽어야 했다고 생각할 거다.”


그렇지만 감히 죽음으로 도피할 생각은 하지 못할 거다.


“너는 내게 고마워할 테지만.”


그럼에도 오늘 이 순간 너를 죽이지 않은 나를 영원히 기억하겠지.


“선택권은 네게 주마.”


이 모든 걸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는 너일지라도 여전히 너니까.


“…….”


스와 코타로는 영리한 사람이다.


어떤 세뇌도 그를 완전히 지배하진 못했으며, 지배된 상태에도 위화감을 찾아낸 그였다. 그러므로 그는 지금 이 순간이 가지는 의미도 알았다.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은 그는 그대로 손을 뻗어 카자마 소야의 멱살을 잡았다. ‘너.’ 카자마 소야의 트리온 전투체 의복에 피가 묻는다. 스와 코타로와는 다르게 흔적도 없이 지워낼 수 있는 피였다.


정말로?

정말로…….


스와 코타로의 선택에 카자마 소야는 다만 입가에 미소를 올렸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구나. 네 선택을 존중하겠어. 멱살을 잡았던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천히. ‘그래.’


“작별이다.”




아, 그 녀석은 나를 너무 잘 알아. 쓸데없이.

하지만 하나는 틀렸어.

나는 네게 고마워하지 않아.

나는…….


“미안.”


그럼에도 그날 그 순간 자신을 죽이지 않은 그를 잊겠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하나만 틀렸을 뿐 다른 것은 맞췄기 때문이다. 불 꺼진 입원실에서, 헐렁한 소매를 바라보며 못내 싫은 표정을 짓는 불쌍한 친구를 바라보며 스와 코타로는 웃었다. 사과하며.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사사모리 히사토에게 했던 만큼 계속하며. 그러다 그 끝에서는 결국.


“다신 보지 말자.”




“그래.”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