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 Found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IF 스와가 아프토크라톨에 납치, 세뇌되었다면
잃은 줄만 알았던 당신 안엔 이제 누가 있는가?
아프토크라톨의 재침공은 미카도시 전역을 뒤흔들었다. 그 가운데 보더는 ‘늘 그랬듯이’ 최선을 다해 그들의 거점을 방위했지만,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더랬다. 이전보다 전력을 보강한 아프토크라톨은 그해 미덴에선 얻지 못했던 황금 병아리를, 그들의 새로운 신을 얻었는가? 트리온 병사의 수도 수거니와 그간 보더가 '인간형 네이버'라는 사실상 멸칭으로 불렀던 아프토크라톨 군인의 수가 대폭 증가하였고, 그들의 목적 또한 이전처럼 트리온 수치가 높은 병사들―보더 대원들을 포획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더, 이곳 미덴의 군사 조직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에 있는 듯하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은 아프토크라톨의 군인과 마주한 보더 대원들의 표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전에도 그랬듯 신상을 가리는 가면 따위 쓰지 않았다.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더하여,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상을 노출하는 것이. 그들은 보더 대원의 집중력을 순간이라도 좋으니 흐트러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직후 라빗으로 그들을 포획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 보라. 알지 않나.
누구인지.
알잖아?
아, 네가 왜 거기 있니?
왜 당신이 거기 있어요?
사사모리 히사토의 트리온 전투체가 부서졌다. 사사모리 히사토는 결코 약한 전투원이 아니었다. B급, ‘스와 부대’의 부대원인 그는 트리온 병사에 맞서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보더의 정규 대원이었고, 여러 차례 실전을 거치면서 아프토크라톨의 최초 침공 당시보다 훨씬 성장했고 강해졌다. 그렇지만 그라도 이건 아니었다. 이것마저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를 탓하지 않았다. 누가? 사사모리 히사토의 트리온 전투체가 완전히 부서져 보더 본부로 베일 아웃 하기 직전, 그의 귀에 닿은 목소리가 있었다. 언젠가 그날에 그랬듯이, 그러나 그날과는 다른 내용이지. 그날엔 구하지 못했던 사람을 앞에 두고 있지. ‘수고했다. 사사모리.’ 말하는 자가,
사사모리 히사토의 뒤에서 나타나 그것의 팔을 잘라버렸다.
‘그것’이다. ‘그 사람’이 될 수는 없기에.
바닥에 쓰러뜨린 후 목 바로 옆에 스콜피온을 꽂아 넣었다. 허튼짓하면 바로 베어버리기 위해서. 그가 그러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고도 합리적이었다. 아프토크라톨은 지난 전투를 통해 미덴의 베일 아웃 기술을 습득하였다. 여기서 이 자의 트리온 전투체를 파손시키면 그는 그들의 원정선으로 베일 아웃 될 것이다. 그들이 이들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베일 아웃 기능을 이들의 트리거에 추가시켜 놨겠지. 그리고 카자마 소야의 판단으로, 이렇게까지 품을 들인 자들을 소모품으로 버려두고 갈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그를 베어내지 못한 채, 다만 제압한 채로 그에게 물었다. ‘너.’ 의미 없는 반항은 하지 않을 만큼 영리한 ‘너’에게. 그는.
“이름이 뭐지?”
가장 간단한 것을 질문했다. 이내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가 대답한다.
“스와 코타로.”
“나이는?”
“스물…… 그 뒤는 잊어버렸어.”
“부모님 이름은 기억하나?”
“부모님…….”
왜 그는 순순히 대답했을까?
카자마 소야는 그가 영리한 사람이란 걸 안다. 어떤 세뇌로도 그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할 것이고, 지배당하더라도 위화감을 찾아낼 그를 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도. 손을 뻗는 순간 키쿠치하라 시로와 우타가와 료가 긴장하며 스콜피온을 한층 더 가까이 겨눴으나, 카자마 소야가 스콜피온을 쥐지 않은 다른 손을 뻗었기에 그 자리에 멈춰 서 그들의 대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을 뻗은 그가 카자마 소야의 멱살을 잡는다. ‘너.’ 의미 없는 반항은 하지 않을 만큼 영리한 그가 그에 묻는다.
“나를 알지.”
“알지.”
“내가 누군지 안다는 거지.”
“쓸데없이 잘 안다고 투덜거리던 건 너였지, 스와.”
카자마 소야가 웃었다. 처음으로. 그리고 말한다. ‘베일 아웃 기능을 정지해라. 그럼 네가 누군지 알려주지.’ 그 말에 그가 아직 남은 조금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멱살을 잡았던 손도 놓고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천천히. 그에 반해 카자마 소야의 스콜피온은 빠르게 휘둘러진다.
카자마 소야의 손에 ‘스와 코타로’의 목이 날아간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스와.”
‘웃기는 옷차림을 하고 있구나.’ 스와 코타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말을 건네는 그는 실로 제법 유쾌했더랬다.
잃은 줄만 알았던 당신 안엔 이제 누가 있는가?
네가 있지.
여전한 너.
“어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