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ests
- gwachaeso
- 3월 28일
- 5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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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타마코마 지부 타마코마 제2 부대 소속 ‘휴스 크로닌’은 명실상부 타마코마 제2 부대의 에이스 중 한 명으로, 입대 초기부터 두각을 드러낸 실력으로 인해 네이버가 아니냐는 우스꽝스러운 소문이 퍼진 적도 있었다. 다행히 ‘타마코마 지부의 엔지니어 크로닌 치프의 친척’으로 ‘무척 높은 트리온 능력을 갖추고 있어 스카우트됐다’라는 ‘진상’이 얼마 안 가 퍼진 덕에, 휴스 크로닌이 제2차 대침공 당시 미카도시를 습격한 인간형 네이버 중 한 명이라는 괴이쩍은 소문은 더 커지기 전에, 보더 외부로까지 유출되기 전에 간신히 잠재워질 수 있었다. 이에 타마코마 제2 부대의 대장 미쿠모 오사무는 쓸데없는 소문에 휩싸인 대원을 굉장히 걱정했던바, 진상이 밝혀지고 이것이 보더 내에 잘 자리 잡게 되었을 때 굉장히 안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에 와서 그 진상의, 진상을 담은 소문의 발원지를 찾아 헤매는 자는 없겠지만, 소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보더 내에서 인망이 두터운 아즈마 부대의 대장 아즈마 하루아키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한때는 잠깐 소문의 지분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설령 ‘오늘 구내식당 저녁 메뉴에 타코야끼가 있다더라’ 같은 말일지라도 높은 화제성을 가지기에, 이전의 소문을 덮어씌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휴스 크로닌은 아즈마 하루아키의 덕을 보았다.
“그래서 밥을 사려고 한다.”
“어……?”
아즈마 부대의 작전실에 찾아온 휴스 크로닌이 무슨 일로 저를 찾아왔느냐고 묻는 아즈마 하루아키에게 대답했다. 그날로 롱 헤어 롱 레인지 로우 텐션으로 유명한 아즈마 하루아키를 당황하게 하는 데 성공한 사람에 휴스 크로닌이 추가되었다.
사실 휴스에게 보더의 대응, 대처는 당연했다.
틀린 말 하나 없는 소문, 아니, 진상을 앞에 두고 잡음이 없다면 없는 대로 더욱 불안했으리다. 자기 일을 앞에 두고 휴스는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가 자신의 일인데도 그것을 등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상한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휴스의 보더 입대는 보더와 휴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끝에 이뤄졌지만 그건 그들의 관계일 뿐 가족과 동료를 잃은 다른 모든 보더 대원과 합의된 사항은 아니었다. 따라서 휴스는 자신이 이 도시를 침략한 전범으로서 언제든 처벌받고, 처형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휴스가 지고 있는 리스크. 그에 비해 보더가 지고 있는 리스크는 더 가벼울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휴스를 이용하기로 한 그들이니 그들의 대응, 대처는 당연했다. 휴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대응이다. 휴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은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아즈마 씨에겐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겠네.”
그래서 처음엔 우사미 시오리의 말에도 큰 관심 없이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 미쿠모 오사무가 그 말에 ‘말씀은 드렸지만…….’라고 말하는 걸 듣는 순간에도 별다른 감흥 없이 소파에 앉아 새로이 설정된 자신의 과거가 정리된 문서를 읽고, 암기하고 있었다. 지난 7라운드에서 직접 맞붙고 그의 수에 걸려 베일 아웃되었던 휴스가 아즈마 부대의 대장에 관해서 아는 것은 전투 관련 정보가 전부였다. 7라운드 전에 확인한 전투 데이터와 실제로 부딪친 전투 경험 등, 그 외에 그를 인간적으로 알 기회도, 알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이번 네츠키 에이조의 계획에 협력하는 것을 보면 그 또한 보더와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보더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일 뿐. 그렇다고 한들 그것이 휴스와 그가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이유가 되는가? 오직 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휴스는 이곳의 누구와도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본국으로의 귀환뿐이다. 그뿐일 뿐이었다.
“언제 한번 식사 자리라도 마련하는 게 좋겠네.”
그뿐일 뿐.
“아즈마 씨는 고기를 좋아하시니까 고깃집으로 준비하는 게 좋겠다.”
그뿐일…….
“내가 가겠다.”
“어?”
“네가?”
“휴스가?”
“직접 신세를 진 건 내 쪽이니까. 그러니 내가 인사하는 게 맞지.”
“그건 그렇지만…….”
처음엔 타마코마 제2 부대와 아즈마 부대가 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식사 쿠폰을 드리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미쿠모 오사무였다. 물론 휴스까지 그 자리에 동석하도록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뭐, 미쿠모 오사무 혼자 인사를 하러 가더라도 타마코마 제2 부대의 대장으로서 대원을 둘러싼 소문을 수습해 준 아즈마 하루아키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일이 전혀 아니지만, 당사자는 뭐하고 대장이 나서느냐는 이야기가 돌 가능성은 있었다. 다만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휴스의 성격상 다들 그러려니 할 터이고 휴스 또한 소문이 돌든 말든 그러려니 할 사람이었다. 물론 휴스가 직접 인사를 하러 가는 게 제일 좋은 이미지가 되긴 하겠다. 그렇지만 거기에 관해선 일언반구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휴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조금은 이곳의 일원으로서 행동할 생각이 든 걸까? 자신의 체면을 차릴 정도로는?
미쿠모 오사무의 기대 따위 전혀 알지 못하는 휴스는 감격에 찬 우사미 시오리로부터 고깃집 예약에 관한 정보를 들으며 스스로 내세운 이유에 스스로 수긍하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이유에서야. 다른 이유는 없다. 암.
“그렇구나…….”
집게를 든 아즈마 하루아키가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아라이 노보루는 저희도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히토미 마코와 오쿠데라 츠네유키가 눈빛으로 그를 만류한 덕에 결국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한 채 그들을 배웅했다. 코아라이 노보루는 앞서 휴스 크로닌이 C급에서 B급으로 막 승급했을 때, 본인을 포함하여 여러 사람과의 랭크전을 주선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자신의 경지가 보더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던 휴스였으나 아즈마 하루아키는 휴스가 ‘휴스 크로닌’이 아닌 ‘휴스’로서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판단하여 코아라이 노보루를 말리는 히토미 마코와 오쿠데라 츠네유키를 저지하지 않았다. 물론 그 판단은 지금 맞은편에서 열심히 고기를 먹고 있는 휴스를 보건대 오판이었던 것 같지만, 그는 아직 성장기에 있는 어린아이였다. 아즈마 하루아키보다야 한참 어렸다. 미카도시를 침략하여 큰 피해를 끼친 네이버이기 전에 아이. 그의 나라에서는 성인의 기준이 다르다고 들었지만 그들이 같은 성장 속도를 가진 같은 ‘사람’이라면 아즈마 하루아키는 자신이 가진 기준을 버리고 그들의 기준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나. 다 익은 고기를 휴스의 접시 위에 올려주는 한편 제 접시에도 착실하게 쌓고 있다. 아즈마 하루아키는 남을 살피다 제 몫을 못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 제 입에도 고기를 잊지 않고 넣으며 이렇게 물을 여유도 있었다.
“여기서 지내는 데 불편한 점은 없나?”
“사소한 불편을 따지자면 셀 수도 없다.”
“그래. 그렇겠지.”
그 말은 사소한 불평 따위 내뱉지 않겠다는, 또는 당신에게 말할 이유는 없다는 방어적 태도로 읽히기도 했다. 아즈마 하루아키는 웃으며 다시 집게를 집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휴스가 제 접시에 고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도 포크를 내려놓고 그를 응시하고 있음을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오른손으로 집게를 잡았으니 왼손으로 가위를 들어 길게 늘어지는 고기를 자르는 중에 휴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에도 가위질을 멈추진 않은 손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
“나한테?”
“그래. 왜 네츠키 에이조의 계획에 협력했지?”
“음.”
보더 상층부의 지시라고 하면 간단할지 모르나 아즈마 하루아키 자신의 평판과도 연결되는 계획이었다. 문제가 될 시 네츠키 에이조의 명령이었다고 밝히며 네츠키 에이조에게로 책임을 돌리겠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깎인 평판은 평판일 것이며 사실 무엇보다 아즈마 하루아키가 보더의 리스크를 함께 떠안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아직’ 보더에 소속된 전투원이 공식적인 소속이었고, 그 이상의 직책을 ‘공식적으로’ 맡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쿠모 오사무가 찾아오기 전 네츠키 에이조가 먼저 그의 계획을 공유하고 설명했을 때, 아즈마 하루아키는 그러시라고 말하며 자신의 역할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여기까지는 휴스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겠지만, 함께 리스크를 짊어지게 해서 미안하다는 네츠키 에이조의 사과나 그의 됨됨이를 믿고 계획에 협력한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무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러나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미쿠모 오사무도 묻지 않았다. 그건 아즈마 하루아키가 보더에 헌신적인 사람이라서일까? 하하, 헌신이라고. 하는 행동으로 보면 어울리지 못할 것도 없는 단어이지만 아즈마 하루아키는 자신이 보더에 헌신하고 있다고는 생각한 적 없었다.
“나는 보더가 계속 존속하길 바라거든.”
그는 자신의 삶에 헌신하였다. 그러므로 그 또한 보더와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보더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라는 휴스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실은 휴스와 그가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더욱 공고히 했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그만한 의미도 가지지 않을 오늘의 식사 자리가 오늘로 끝나듯이, 그와 자신도 각자의 자리에 머물며 각자의 삶을 사는 것으로 잠시 만났던 교차점을 지나 마무리되리라. 세상에는 이해관계에서 시작되어 다른 관계로 변화하는 일이 종종, 꽤 자주 일어나지만 그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 상관없는 관계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해할 이유가 없다. 관계할 이유가 없다. 필요도 없다.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 정도의, 타들어 가는 귀퉁이 정도의 교차점만 있을 뿐.
“더 먹을래?”
“밥도 추가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 그래.”
그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