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is your family?
- gwachaeso
- 3월 28일
- 5분 분량
<WT>
코나미 vs. 카라스마
카라스마 쿄스케라고 했다. 하지만 코나미 키리에에게는 다른 이름이 더 익숙했으니 원흉은 타치카와 케이였다. 타치카와 케이는 제 부대원인 그를 언제나 다른 이름, 즉 이렇게 불렀던 것이다. ‘토리마루’. 아마 처음 그의 이름을 보았을 때 잘못 읽은 한자를, 그 뒤로도 쭉쭉 밀고 나가 기어이 별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데 성공한 듯싶었다. 그러나 듣기로는, ‘카라스마 파’라고도 불리는 카라스마 쿄스케를 좋아하고 추종하는 몇 보더 대원들은 그들의 카라스마 쿄스케에게 뭔 이상한 별명을 붙인 타치카와 케이에게 우우 야유를 보낸다고들 했다. 물론 그것에 신경 쓸 타치카와 케이가 아니기는 했다. 카라스마 쿄스케 본인도 제 대장에게 토리마루라고 불리는 것이나 타치카와 케이에게 옮은 다른 대원들까지 그를 토리마루라고 불리는 것이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했다. 하지만 그조차 코나미 키리에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정보였음이다. 코나미 키리에가 새삼 카라스마 쿄스케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지부 소속 변경을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카라스마 쿄스케가. 어디로? 어디라고 말할 게 있나. 코나미 키리에가 이렇게 신경 쓸 정도면 한 군데밖에 없지. 그러므로 진정 가져야 할 의문은 다른 것이었다. 키자키 레이지에게서 보더에 소속된 대원 그 누구보다 먼저 소식을 들은 코나미 키리에가 그 자리에서 곧장 물어본 그것. 물어볼 수밖에 없는 그것.
“왜?”
카라스마 쿄스케는 A급 1위 부대인 타치카와 부대 소속 올라운더 전투원이었다. 물론 보더 최강의 부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코나미 키리에가 소속된 타마코마 제1 부대지만, 타치카와 부대도 뭐, 유이가 타케루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상태로 1위를 지키는 것을 보면 적어도 다른 이들―타치카와 케이나 이즈미 코헤이, 쿠니치카 유우, 그리고 카라스마 쿄스케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을 갖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왜? 타치카와 부대는 본부 소속의 부대이므로 지부로 소속을 변경하면 부대에서 나와야만 했다. 대신 타마코마 지부의 유일한 부대인 타마코마 제1 부대에 소속되겠지만 왜 그는 A급 1위 부대를 제 발로 나온단 말인가? 물론, 타마코마 제1 부대의 위상은 타치카와 부대 못지않지만? 오히려 더 높지만? 더 뛰어난 부대를 찾으려 한 것이라면 당연히 타마코마 제1 부대에 들어오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만.
“저와 개인전을 하고 싶으시다고 들었어요. 코나미 선배.”
“맞아.”
타마코마 제1 부대는 보더 최강의 부대이다. 코나미 키리에뿐만이 아니라 퍼펙트 올라운더 키자키 레이지와 오퍼레이터 린도 유리까지 모두가 최강인 최강의 부대였다. 코나미 키리에는 그 위상을 잃고 싶지 않았다. 타치카와 부대에서 나온 녀석 하나 때문에. 일단 내세운 이유는 그러했다. 코나미 키리에 본인도 믿고 있는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녀석에게 불쾌감을 느끼고 실력을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해 개인 랭크전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카라스마 쿄스케에겐 사실상 선택권이 없었다. 카라스마 쿄스케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긴 하지만 린도 타쿠미 지부장조차 코나미 키리에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코나미 키리에가 끝끝내 거부한다면 린도 타쿠미도 카라스마 쿄스케의 소속 변경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코나미 키리에는 자신이 몹시 공정한 심사 기준을 가지고 그를 평가할 것이라 말하며 그 자신도 정말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대련은 처음부터 카라스마 쿄스케를 받아들이지 않을 근거를 확보하려 함임을 카라스마 쿄스케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카라스마 쿄스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코나미 키리에에게 제 실력을 증명하는 것 외에는. 하지만 말이다.
코나미 키리에는 한때 어태커 1위를 차지했던 사람이다. 자타공인 최강의 부대 타마코마 제1 부대의 주축이 되는 공격수. 즉, 최강의 전투원.
타마코마 지부가 본부에서 독립한 이후로는 랭크전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조만간 카자마 소야의 점수가 그를 추월하여 2위 자리를 탈환하게 되리라곤 하지만 타치카와 케이와 카자마 소야 외에는 감히 넘보지 못할 점수를 쌓은 어태커였다.
타마코마 지부제 트리거인 소게츠를 사용하게 된 지 꽤 되어 호월을 오랜만에 잡았다는 그였지만 카라스마 쿄스케가 그를 이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어태커 트리거만을 사용한다면 그러하리라. 하지만 카라스마 쿄스케는 올라운더였다. 카라스마 쿄스케가 승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은 그 점에 있었다. 타마코마 제1 부대가 자타공인 최강의 부대라고는 하지만 타치카와 부대의 위상도 그들 못지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타치카와 부대는 A급 1위 부대다. 정예 중의 정예. 약 500명의 대원 중 5명에 속하는 자들. 1%. 자부심이 없을 수 없었다. 호월을 오른손에 쥔 카라스마 쿄스케의 왼손 위로 트리온 입방체가 떠오른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코나미 키리에는 양손에 호월을 쥐고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불쾌감이 느껴지는 이유를 코나미 키리에는 알아야 했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 약한 주제에 타마코마 제1 부대에 들어오려 했기 때문인 것을 확인해야 했다.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시작하자.”
“예.”
결과에 이변은 없다.
카라스마 쿄스케가 쏘아 올린 하운드를 도약하여 회피한 코나미 키리에의 호월이 카라스마 쿄스케의 어깨를 부수어 베어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몇 초일까? 카라스마 쿄스케가 코나미 키리에의 팔을 베어내기 위해 휘두른 호월을 맞받아쳐 바닥에 처박은 후 목을 베어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몇 초일까? 카라스마 쿄스케가 제 트리온 전투체가 파괴되는 것을 불사하고 코나미 키리에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호월을 뻗지만 코나미 키리에의 코끝에서 멈추고 그 팔마저 잘려 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몇 초일까? 그럼에도―수 초와 수 초, 수십 초와 수십 초의 공방 속에서 코나미 키리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카라스마 쿄스케는 약하지 않았다. 그럭저럭 강한 올라운더였다. A급 1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다만 코나미 키리에와 함께 최강을 담당하는 키자키 레이지 또한 올라운더다. 그것도 퍼펙트 올라운더. 그러므로 코나미 키리에는 올라운더가 펼칠 수 있는 공격진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카라스마 쿄스케의 공격을 예상하고, 또 예상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하여 반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한 것이다. 카라스마 쿄스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전투원이라고. 하지만.
불쾌감은 더욱 심해졌다. 그래도 이유는 알게 되었다. 카라스마 쿄스케가 휘두른 호월을 받아친 순간, 그가 휘두르는 궤적을 읽은 순간. 그 궤적에서 익숙함을 느낀 순간.
당연하다면 당연하리다. 카라스마 쿄스케가 가장 가까이에서 본 어태커는 현 어태커 1위, 타치카와 케이였다. 그러므로 카라스마 쿄스케에게서 타치카와 케이의 검이 느껴져도 그럴 수 있었다. 최강의 검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 배운 자였다. 제자로 받아들여 가르치진 않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운 게 있으리다. 얻은 게 있으리다.
그러나 그 점에서 코나미 키리에가 불쾌감을 느낀 것은 아니다. 타치카와 케이의 검이 느껴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맞기도 하지만, 뭐랄까. 좀 더 좋은 표현이 있겠다.
카라스마 쿄스케를 바닥에 쓰러뜨린 코나미 키리에가 그의 귀 옆으로 호월을 내리꽂은 뒤였다. 코나미 키리에의 표정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카라스마 쿄스케는 왜 그렇게 코나미 키리에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알까? 이유를 짐작할까? 이제는 알리다. 코나미 키리에가 카라스마 쿄스케에게 마침내 질문했기 때문이다. 야. 너. 왜.
“타치카와 부대를 버리는 거야?”
더 뛰어난 부대를 찾으려 한 것이라면 당연히 타마코마 제1 부대에 들어오는 것이 맞았다. 그렇지만 말이다. 부대는 그런 이유로 바꾸는 게 아니지 않은가. 부대는…….
“가족이잖아.”
가족이지 않은가. 가족을 버리면 안 되지 않은가. 가족을 버리는 녀석 따위. 그런 녀석 따위. 그런 생각을 하고 만다. 본부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고 만다. 코나미 키리에의 가족들. 모두가, 지금은 타마코마 지부라는 이름이 붙은 집에선 모두가.
가족이었는데. 모두 가족이었는데.
“……버리는 게 아니에요.”
대답이 들려왔다. 카라스마 쿄스케가 대답했다. 코나미 키리에는 경청했다. 정말로.
이유를 알고 싶었기에.
비록 그 이유가 그들의 이유는 되지 못하더라도.
설령 그럴지라도…….
“ .”
“ .”
“ .”
“ .”
대화가 오갔고,
랭크전이 끝났다.
먼저 라운지로 나온 코나미 키리에를 보며 카라스마 쿄스케가 물었다. ‘코나미 선배. 전 합격인가요?’ 코나미 키리에는 잠시 그 말에 눈을 깜박이다가, 아, 하고 자신이 처음 내세웠던 명분을 기억해 내고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뀌었다. ‘나보다 약하네. 예상했지만, 한참 약해!’ 그야 당신은 코나미 키리에니까, 같은 생각을 하는 카라스마 쿄스케였지만 불쑥 손이 내밀어졌을 때는 그 역시 조금 놀라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니까 선배가 막내를 많이 가르쳐줘야겠네. 앞으로는.”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 얼른 강해지라고 툴툴거리며 말하는 그는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비록 고개는 90도로 홱 돌린 상태였지만, 얼른 잡고 흔들지 못하겠냐며 손을 휙, 휙, 흔드는 코나미 키리에에 카라스마 쿄스케는 저도 모르게 흘릴 뻔한 웃음을 다잡고 그의 손을 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코나미 선배.”
“잘 부탁해야지. 그럼.”
이젠 가족이니까. 코나미 키리에의 가족에 카라스마 쿄스케가 들어온 날이다. 코나미 키리에의 손과 카라스마 쿄스케의 손이 한데 모여, 한데 붙잡혀, 흔들렸다.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