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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wachaeso
- 3월 28일
- 4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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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스와 코타로는 흡연자다. 연초를 향한 그의 사랑은 중독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름에도 진실하였고, 그럼에도 그와 헤어지고자 몇 번이고 금연을 시도했지만 매번 이전보다 나빠진 성질머리와 함께 재결합하는 바람에 지금으로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골초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니 다행일까. 그의 허파엔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이 그저 유감스러울 뿐이겠지만, 스와는 평상시 담배를 자주 또는 많이 피우는 사람은 아니었다. 보더에 출근하여 트리온 전투체로 있을 때는 니코틴의 효율이 좋아 담배 생각이 잘 나지 않았고, 학교에 갈 때나 일이 없어 집에 있을 때 빈 시간에 잠깐 베란다나 흡연 구역에서 한 번에 한두 개비씩 피우는 게 다였다. 그러나 술도 과음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계속 찾으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했다. 스와는 제가 흡연자라는 사실과 니코틴 중독에 빠져 있단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가끔 자취방에 들르시는 어머니가 ‘너 아직도 담배 피우니’하고 핀잔을 주시거나, 본가에 돌아와 마주한 아버지가 ‘냄새 빼고 들어와라.’라고 하시며 단호히 축객령을 내릴 때마다 ‘아, 슬슬 끊어야지’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중독이란 게 쉬이 끊을 수 있으면 그 이름을 중독이라 했겠는가. 제 몸속에 쌓이는 독을 알면서도, 허파에 들러붙는 타르를 알면서도 스와는 제 주머니에 있는 담뱃갑에 아버지처럼 엄하게 축객령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겠어. 쫓아내지 못하면 함께 살아야지. 언젠가 또 재시도하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무산된 금연 시도를 애도하며 연초를 입에 무는 스와였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댕기고 후, 익숙하게 연기를 내뿜어낸다. 다음 금연 시도는 또 언제 하게 되려나. 이제는 별 기대도 없이 짚어내는 내일, 그보다 더 뒤에 닿아 있을 먼 날들.
그런데 그날이 생각보다 금방 돌아올 줄은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아침 침상에서 눈을 뜬 스와는 하품을 하고, 탁자 위에 올려 둔 자리끼도 비우고, 양손으로 벅벅 마른세수를 했지만 전날처럼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그날의 첫 연초를 입에 무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화장실로 들어가 물로 세수를 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박박 닦은 후, ‘아무리 너라도 이 정도는 발라야 한다’라는 말을 남긴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스킨, 로션, 수분 크림으로 보습과 단장, 그 모든 것을 끝냈다. 전날에 미리 꺼내 놓은 옷은 세탁소에서 바로 온 지라 비닐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 몰라 그 위에 한 번 더 탈취제를 칙칙 뿌리는 스와다. 세탁소 사장님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이 집과 자신에게 배어 있을 담배 냄새를 믿지 못해서다. 밤사이 배어들 수도 있지 않겠어? 그만큼 오늘의 스와는 제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날까 크게 신경 쓰고 있다. 그만큼 오늘은 당연히 금연이기도 했다. ‘금연하는 날’이라니, 평소에 쭉 금연했으면 이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닥치고 나서야 부랴부랴 냄새를 빼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탈취제를 뿌린다. 그런다고 어제까지의 연초 사랑을 감출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스와는 최선을 다했다. 깨끗하게, 청결하게, 담배 냄새 따위 나지 않게. 정장처럼 격식 차린 옷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옷을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아, 어제까지의 일상을 변화시키려니 입이 근질거렸다. 그러나 충동에 지는 순간 아침부터의 그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을 알아 스와는 인내하였다. 수업이 없는 날, 보더 임무도, 호출도 없는 날. 이른 아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백히 오전으로 분류되고 점심때는 아직 먼 시각에 집을 나온 스와는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 뒤에 내린 뒤, 보도블록 위를 걸어 목적지로 향했다. 다행히 목적지와 버스 정류장은 멀지 않았다. 유리문을 밀어 연 뒤엔 데스크에 들리지 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길가에선 예의 없이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볼 때마다 혹여나 냄새가 밸까 멀찍이 돌아가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미치지 않고서야 실내 흡연을 하는 머저리가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이 목적지에 다다른다. 문을 연다. 그곳에는…….
“오, 왔냐.”
“스와 왔다.”
“담배 냄새 뺀다고 병문안도 미룬 스와 코타로 씨.”
“시끄러워! 병문안 가는데 담배 냄새 풍기면서 갈 순 없잖아!”
먼저 온 친구들이 그를 보며 킬킬 대고 스와 또한 참지 못하고 짜증을 버럭 내면서 오늘 아침 내내 이어진 미묘한 센티멘탈함 역시 산산이 조각나고 만다. 일어나 의자를 내어주는 키자키 레이지에 고마움을 표한 스와는 테라시마 라이조가 건네는 바나나를 받아 들며 그 자리에서 껍질을 벗겼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온 지라 오늘의 첫 끼니 되시겠다. 그러며 저 못지않게 인성이 훌륭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나도 나지만, 너희도 참 너희다. 그런 생각은 입 속으로…… 삼키지 않는다. 히죽 웃으며 침대에 앉아 그들을 조용히 무서운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카자마 소야를 약 올릴 기회는 놓칠 수 없다.
“방귀 나올 때까지 금식이라고 했던가?”
“…….”
맹장염, 아니, 충수염이라고 했던가. 트리온 전투체 상태로 있었으면 늦을 뻔했지만, 다행히 임무를 다한 뒤 증상이 시작되어 발견은 빨랐다. 비록 옆구리를 붙잡고 땀 뻘뻘 흘리면서도 제 발로 병원까지 걸어간 카자마 소야였음에도 불구하고 카자마 씨가 병원 갔대, 카자마 씨가 쓰러졌대, 뭐? 카자마가 쓰러져? 블랙 트리거인가!? 카자마 씨가 블랙 트리거에 당했대! 네이버가 침략했대! ……로 번진 헛소문에 네츠키 에이조 또한 스트레스로 쓰러지긴 했지만, 아무튼 카자마 소야는 건강했고 아무튼 침략은 없었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아무튼 방귀를 뀌지 못해 금식 중인 카자마 소야 빼고.
“그래도 스와가 은근히 섬세하다니까. 냄새 같은 거 신경 안 쓰는 사람이 태반인데.”
“환자잖냐.”
“음식물 냄새는 괜찮은 거냐?”
“물론이지. 오히려 건강한 냄새, 아니, 향기 아니냐?”
싫으면 얼른 방귀 뀌든가. 그 짧은 사이에 냉장고 가득 들어찬 병문안 선물―블랙 트리거에게 당하셨다면서요!―을 사이좋게 축내는 데 동참한 스와가 귤껍질을 둘둘 마는 방식으로 까며 킬킬거렸다. 방귀 뀔 때까지는 입원이지? 그렇지. 방귀 뀔 때까진 계속 상태를 봐야 하니까. 너희들, 방귀 얘기는 이제 그만해라. 카자마, 방귀는 중요해. 그래, 방귀는 정말 중요하다. 부끄러워하지 마. 그래, 부끄러워할 게 뭐 있어? 방귀가 부끄러워? 방귀는 부끄러워할 게 아니다. 맞아, 방귀는…….
“나가!”
나잇값 못하고, 아니, 나잇값 하며 입원한 친구를 놀리다 때마침 복도를 지나가던 간호사께 소란스럽다고 주의를 받은 세 사람은 결국 입원실 밖에 나란히 서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오늘 안에 뀌긴 하겠지. 방귀. 그러겠지. 오늘은 뀌어야지. 방귀. 화제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하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놀리기 좋긴 했지만. 정말 좋긴 했지만. 휴게실 자판기로 향하던 스와가 뒤따라오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내일도 방귀 못 뀌면 내일도 와야겠네.”
“스와가 은근히 친구들에게 정성이라니까.”
“카자마를 놀리려고 오는 것이겠지만.”
“뭐야, 너희들도 올 거면서.”
“일이 없으면 와야지. 친구인데.”
“일 끝내고 가야지. 친구인데.”
아, 근데 그렇게 되면. 갑자기 테라시마 라이조가 깨달음 얻는 소리를 내며 앞서가던 스와와 눈을 맞췄다. 뭔데?
“내일도 금연이겠네, 스와.”
“아.”
“그렇게 되네.”
“그렇게 되는 거야?”
그렇지. 그렇게 되는 거지. 결국 끙, 앓는 소리를 내고 마는 스와였다. 스와가 참 착해. 금연도 도와주고, 스와 넌 카자마에게 잘해야겠다. 뭐라는 거야, 진짜! 짜증을 내며 자판기 버튼을 꾹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