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Party
- gwachaeso
- 3월 28일
- 4분 분량
<WT>
파벌전
키도 파, 시노다 파, 그리고 타마코마 지부는 ‘게이트를 넘어온 트리온 병사’에게서 도시를 방어하는 ‘일상’에 한해서는 의견이 다르지 않아 파벌로 갈라진 것치고 크게 대립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휘하의 대원들도 도시를 지키는 것을 제1 목표이자 대의로 두었기에 서로 파벌이 다르다고 개인적인 사이에서까지 갈등을 빚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네이버후드로의 원정 및 인간형 네이버―타마코마 지부에서는 언제나 이 표현이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키도 파는 표현을 수정하지 않았으니 그들은 네이버후드의 인간들을 ‘인간’으로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의 처우에 관해 논할 때였다. 시노다 파는 도시 방어에 집중했기에 원정에 관해선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편이었지만, 키도 파와 타마코마 지부의 입장은 쉬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최근에 이뤄진 마지막 원정에 이르러선 전원 키도 파에 해당하는 부대들―타치카와 부대, 후유시마 부대, 카자마 부대―로 원정 부대가 구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제1차 대침공 직후에 해당하는 보더 설립 초기에는 파벌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갈라서지 아니했기에 지금과 다른 구성으로 원정 부대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미 균열은 존재하고 있었다. 후일 대표적인 키도 파 인물로 꼽히는 타치카와 케이, 그리고 카자마 소야에게 키도 마사무네의 밀명이 떨어진다. 타마코마 지부에선 진 유이치, 코나미 키리에가 원정 유경험자로서 부대에 편성되며, 시노다 마사후미는 그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이들을 중재할 수 있는 인물에게 그들을 예의주시할 것을 지시한다. 시노다 마사후미는 그 스스로도 자신이 이들 중 가장 현명한 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생각보다는 현명한 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도 좋으리다. 당시엔 지금처럼 능숙지 못했던 진 유이치의 ‘암약’으로는 그들의 대립을 사전에 방지할 수 없었다. 진 유이치의 손에 아직 풍인이 쥐어지지 않았을 때―키도 마사무네가 이를 경계하지 않았을 리 없다―그러나 양손에 아직 시작품에 불과한 스콜피온이 날을 드러냈을 때. 카자마 소야는 타치카와 케이에게 그들이 플랜 B로 계획을 변경해야 함을 트리온 통신으로 전달했다. 코나미 키리에는 이미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난 채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가장 화가 많이 났다. ‘망할 아저씨.’ 당시의 코나미 키리에로선 상당히 험악한 욕설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호월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아직은 호월을 사용하던 시절의 카자마 소야도 자세를 잡는다. 여전히 느긋하기만 한 건 타치카와 케이뿐이다. ‘타치카와. 집중해.’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가 ‘방심하여’ 당하리란 생각, 걱정 같은 건 조금도 하지 않는 카자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패배는 진 유이치의 ‘눈’에도 쉽게 포착되지 않는 미래였다. ‘예정’된 전투에 돌입하기 전 진 유이치는 웃음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타치카와 씨. 카자마 씨.’
“나는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 정말로.”
“하지만 네가 본 미래에서 우리는 이미 싸우고 있겠지. 그렇지 않나. 진.”
“맞아. 그래서 더 싸우고 싶지 않아. 내가 본 미래가 어긋나길 바라니까.”
“아니.”
고개조차 젓지 않은 카자마 소야가 단언한다. 그리고 실로 인정한다. 무엇을? 진 유이치의 사이드 이펙트를. ‘진. 네가 본 미래는 어긋나지 않을 거다.’ ‘우리’는 싸우게 될 테니까. 단언하는 카자마 소야는 언제나 보더 ‘본부’의 명령을 따랐다. 아직은 후일 타마코마 지부로 갈라지는 이들이 지부로 독립하지 않았을 때. 카자마 소야가 따르는 본부는 키도 마사무네였고, 린도 타쿠미는 그에게 ‘명령’조차 하지 않았으니 별수 없었다. 키도 마사무네의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 명령했어도 린도 타쿠미의 명령을 우선하진 않았겠지만, 고려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린도 타쿠미 그였다. 그것이 진 유이치가 오늘날의 대립을 막지 못한, 길을 잘못 든 갈림길 첫 번째. 두 번째 갈림길은 타치카와 케이의 출정을 막지 못한 것에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같은 순간이 오면 반드시.
“그거구나. 테라시마 씨와 만든 신작 트리거.”
싸우길 바라니까. 싸우기를 원하니까. ‘이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한 걸 너도 알겠지. 진.’ 과연 그 이상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상의 대화는 ‘우리’와 ‘저들’로 나뉘고 만 여기 이 사람 중 ‘우리’에 해당하는 사람끼리만 이뤄지게 되었다. ‘어떡할 거야. 진.’ 트리온을 통해 코나미의 무전이 들려온다. ‘어쩔 수 없겠어.’ 진은 쓰게 웃는다. 그건 모두가 볼 수 있는 표정이기에, 동시에 모든 이의 발이 움직인다. 격돌한다.
타치카와 케이가 진 유이치의 오른팔을 베어 떨어뜨리고 코나미 키리에의 호월이 카자마 소야의 왼쪽 다리를 베어내 날려버린다. 코나미 키리에가 도약하니 타치카와 케이는 그가 착지하는 순간에 맞추어 선공을 날린다. 선공(先攻)과 선공(旋空). 두 사람 중 누가 남든 임무는 속행되어야 하리라. 그러나 그때에 남을 골은 정말로 서로 대립하는 ‘파벌’이란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을 것이다. 개인 랭크전에서 승부를 겨루고 패배에 분한 마음을 갖는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진 유이치의 눈에 보이는 미래란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승자 없이 중단되어야 한다. 시작하지도 않았으면 그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시작한 이상 도중에 중단되는 것만이 유일한 최선이다. 다른 건 최악뿐. 그러니까. 그러므로.
“지금이에요.”
타치카와 케이의 호월이 코나미 키리에의 목에 다가붙은 순간. 그와 동시에 코나미 키리에의 호월이 타치카와 케이의 가슴을 꿰뚫어버리기 직전.
일직선의 섬광이 날아들었다.
“……!”
언제나 빛이 먼저였다. 소리보다는.
콰앙!
그리고 그 빛에 함께 꿰뚫린 타치카와 케이와 코나미 키리에의 팔이 떨어져 나간다. 단숨에. 흔적도 없이.
“어?”
에? 잠깐, 잠깐, 잠깐. 뭐야? 지금? 직전까지 타치카와 케이를 한껏 노려보던 코나미 키리에가 당황하여 눈을 깜박이니 평소처럼 돌아온 표정이었다. 하지만 앞서 이미 금이 갔던 그의 트리온 전투체는 이 이상의 트리온 유출을 견디지 못하니 의문을 해소하기 전에 그만 부서지고 말았다. 베일 아웃. 그런 그와 다를 바 없는 처지의 타치카와 케이지만, 그래도 그에겐 코나미 키리에보단 아주 조금 더 긴 시간의, 그래 봤자 잠시간에 지나지 않는 말미가 주어지니 상황을 파악한 그는 그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건 반칙이잖아. 시노다 씨.”
그러나 그 역시 그 말을 남기고 베일 아웃. 결국 이 자리에는 카자마 소야와 진 유이치, 두 사람만이 남고 두 사람은 이 이상 전투를 계속할 의지를 잃는다. 의지가 있어도 불가능했다. 두 사람 중 누구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이는 자가 먼저 베일 아웃 되리라. 그리고 남은 사람도 마저 베일 아웃 되겠지. 저격수의 사선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므로. 카자마 소야는 한숨을 내쉰 뒤 중얼거린다. ‘임무 실패로군.’ 진 유이치는 그에 기분 좋게 웃는다. ‘키도 씨에겐 내가 전력으로 방해했다고 말해도 돼. 카자마 씨.’ 허리를 편 진 유이치가 이젠 고개를 저편으로 돌린다. 섬광을 쏘아 보낸 쪽으로 시선을 준 그가 분명 그곳에 있을 사람에게 육성과 트리온 무전을 동시에 보낸다. ‘고마워요.’
“아즈마 씨.”
「그래.」
하지만 돌아가면 넷 다 혼날 준비를 해야 하리다. 밀명이든 항명이든 뭐가 됐든 네 명이나 동시에 트리온 전투체를 깨 먹었으니 이만한 전력 손실이 따로 없고 증가한 위험성도 그러했다. 그래도 최악의 수는 막았으니 나머지는 차악 또는 차선, 어쩌면 최선도 노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먼저 원정선으로 돌아간 코나미 키리에와 타치카와 케이는 누가 더 승리에 가까웠는지 논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면 제대로 다시 붙어 겨뤄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진 유이치는 부러 그들의 미래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직접 보고 싶었기에, 카자마 소야에게 빈 손을 펼쳐 보였다.
“돌아가자. 카자마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