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ye for an Eye
- gwachaeso
- 4월 22일
- 5분 분량
<WT>
요네미와
요네야 요스케는 싸우는 것을 좋아하고 미와 슈지는 네이버를 구축하는 것을 좋아한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나 결국 같은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부대, 팀, 콤비로 묶일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실전이 아닌 모의 전투, 예를 들어 개인 랭크전에서는 조금 달랐다. 거기서도 요네야는 한 끗발 날리는 강한 어태커였으나, 미와는 요네야만큼의 관심을 보이진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저와의 대련은 훈련이란 구실 아래 별다른 볼 일이 없는 한 별말 없이 응해주니 아쉬워할 것이 없었다. 요네야로선. 지금은 포인트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긴 하지만.
현장, 그것은 곧 전장을 의미했다. 요네야를 겉핥기로 아는 자는 그가 그저 싸우는 것을 가볍게 여기어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해할지도 모르나, 실제로도 그러할지도 모르나 적어도 요네야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전장에서 적을 박살 내는 것의 의미도 알고 있었다. 그건 곧 그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고, 그들도 저를 그리 만들 태세로 공격하는 곳이 현장이었고, 전장이었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그들은 4년여 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트리온 기관을 적출해서 가져갈 것이다. 또는 통째로 집어삼켜 게이트 너머로 사라질지도 모르나, 요네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의 트리온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는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거리에서 적을 상대하는 어태커는 보통 고정된 형태의 트리거를 사용하기에 슈터나 건너, 스나이퍼보단 트리온 소모율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요네야는 제가 보유한 트리온 양이 평균에 이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고, 그럼에도 싸울 수 있는 길을 찾아낸 어태커였다. 그랬기에 그는 강했다. A급 정예 부대란 칭호는 꽁으로 얻어낸 자리가 아니다. 실로 그랬다. 그리고 그들에겐 베일 아웃이 있기에 전투에서 패배한들 그 자리에서 트리온 기관을 적출당해 사망할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베일 아웃을 통해 보더 작전실로 돌아가면, 보더 본부가 습격당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육신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다.
이 또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보더로 돌아갔을 때 제 대장이 저에게 화가 나 있을 것 또한 예상할 수 있었다.
전투 불능이 되었을 땐 베일 아웃 기능을 동작시켜 보더로 스스로 귀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가 모를쏘냐. 그러나 요네야는 그러지 않았고, 보더로 직접 걸어가 그들의 작전실로 돌아갔다. 미와는 작전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퍼레이터 츠키미 렌과 함께였다. 츠키미는 앞서 그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바 그들이 지금에 이르도록 강해지는 데 일조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강해져야 했던 이유 또한 분명하다. 적을 박살 내기 위해서? 미와는 그에 동의하겠지만 미와를 걱정하여 이전 그가 속했던 아즈마 부대에서 그를 따라온 츠키미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죽지 않기 위해서.’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그는 요네야도 마찬가지인 마음으로 대했을 것이다. 아, 그럼 난 두 사람에게 다 혼나야 하는 거야? 순서대로?
그래야 했다. 그래도 가장 혼날 것 같은, 제가 생각해도 혼나야 할 것 같은 ‘발언’에 관해선 두 사람 다 듣지 못했기에 혼나지 않았다. 코데라 쇼헤이와 나라사카 토오루가 이에 관해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 것엔 감사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제게 캐물을지라도 반쯤은 진심으로, 제가 한 말대로 생각했음을 부정하진 않을 요네야였다. 그 인간형 네이버, 요네야는 그를 죽일 작정으로 트리거를 휘둘렀다. 그러므로 그에겐 요네야를 죽일 권리가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자신을 죽일 권리에 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
요네야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미와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요네야만큼이나 미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장에서 적을 박살 내는 것의 의미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건 곧 그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고, 4년여 전 그가 해야 했던 행동이기 때문이다. 누나가 죽기 전에.
요네야는 개인적인 원한은 없는 편이었다, 네이버에게. 그러나 그의 부대의 나라사카와 코데라는 집이 무너졌고, 미와는 가족을 잃었다.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고 말하는 요네야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그 개인의 관계이기도 하다. 벗이 원망하는 대상이라면 그 또한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는 진지하게 임했나?
전투 불능이 되었을 땐 베일 아웃 기능을 동작시켜 보더로 스스로 귀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가 모를쏘냐.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현장 곧 전장에서 네이버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그는 반쯤 진심으로 그에게 자신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반은 진심으로, 그가 저를 죽일 린 없다고 생각했으려나. 아니면 그럼에도 순순히 죽어주진 않으리라 생각했을까? 4년여 전과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그의 트리온 기관을 적출해서 가져갈까? 통째로 집어삼켜 게이트 너머로 사라질지도 모르나, 트리온이 적은 요네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트리온 기관을 적출해내는 기술은 고도화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날 그 자리에선 많은 사람이 죽었다. 미와에게서 듣기로는 그렇다. 가슴이 뚫린 시체들 가운데 앉아 있어야 했던 소년. 소년의 품에는 누이가 안겨 있고, 누이의 가슴에도 구멍이 나 있다. 요네야는 보지 못한 살벌한 정경. 그러나 소년에게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광경.
코데라와 나라사카, 무엇보다 진 유이치가 있었으니 베일 아웃하지 않은 요네야가 죽을 각오를 하든 죽을 작정을 하든 요네야는 또 다른 미와처럼 죽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다. 요네야는 그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비겁한가?
비겁한들, 요네야 자신은 일대일로 싸우기를 원한들, 미와가 그걸 바라지 않는다면 요네야는 그에 따를 생각이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소년은 그날 그 자리에 널려있던 사람들만이 아니다. 작전실 문을 열고 나가 버리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기지개를 켰다. 그러기 무섭게 츠키미의 꾸지람이 시작되어 슬그머니 팔을 내려야 했지만, 미안한 건 진짜로 사실.
남은 반쪽짜리 마음은 무어라 말하고 있을까? 제법 뻔뻔한 꼴로 이리 대꾸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슈지. 우리 엠블럼을 보라고. 뱀 두 마리잖아. 한 마리만 남겨둘 생각은 없어. 진짜야.
진짜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비극에는 마땅한 비극을 안겨주는 쪽이 되어야지 여기서 더 고꾸라지면 안 되지 않겠어. 다시금 덮쳐오는 끝나지 않는 비극으로 무너지면 안 되지 않겠어.
진짜로.
오래전 요네야가 미와에게 듣기로는 그랬다. 그는 가슴이 뚫린 시체들 가운데 앉아 있어야 했다고. 제 품에는 누이가 안겨 있었고, 누이의 가슴에도 구멍이 나 있었다고. 요네야는 보지 못한 살벌한 정경을 그는 담담하게 묘사했다. 그에 그도 담담하게 생각했다. 자신을 죽일 권리에 관해서. 또한, 자신이 죽을 권리에 관해서. 담담하게 생각했다. 소리 없이 대꾸했다. 그건 너 줄게, 라고.
그래서 반은 내어줬지만, 반마저 내어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비겁한들, 요네야 자신은 일대일로 싸우기를 원한들, 미와가 그걸 바라지 않는다면, 뭐. 어쩔 수 없지 않겠어. 대장은 그니까. 그가 그의 대장이니까.
그러니 잘 가지고 다녀, 슈지. 잃어버리지 말고.
먼 후일에, 현장 곧 전장에서 네이버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그는 그다음 제게 벌어질 일을 생각했다. 이제 저것은 오래전 그날과 마찬가지로 그의 트리온 기관을 적출해서 가져갈까? 통째로 집어삼켜 게이트 너머로 사라질지도 모르나 요네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그날엔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래도 이번엔 베일 아웃을 사용하려고 했다. 근데 어쩌나, 어쩜 좋을까.
가슴이 뚫린 시체들 가운데 서 있을 청년을 상상한다.
요네야는 보지 못할 살벌한 정경. 그러나 그에겐 영원히 잊히지 않을 광경.
요네야는 전장에서 적을 박살 내는 것의 의미도 알고 있었다. 그건 곧 그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고, 그들도 저를 그리 만들 태세로 공격하는 곳이 이곳 현장이고, 전장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에겐 서로를 죽일 권리가 있다. 요네야는 그 사실을 인지한다. 하지만…….
“슈지.”
제 앞을 지키듯 막아서는 자에 실없이 키득키득 웃고 만다.
“꼴사납지?”
“요스케.”
그에 눈을 흘기는 대장이다. 미안! 동시에 적에게도 미안함을 전한다. 서로를 죽일 권리, 분명 서로에게 있다고 말은 했지만…….
죽을 권리는 다른 사람에게 줘 버렸지 뭐야. 비겁한가? 비겁한들 뭐 어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비극에는 마땅한 비극을 안겨주는 쪽이 될 생각으로 호월을 쥐는 그를 바라본다. 여기서 더 고꾸라질 생각 없이, 다시금 덮쳐오는 끝나지 않는 비극으로 무너질 생각 따위 전혀 없이 핸드건을 장전하는 그를 응시한다. 역시 그렇게 둘 생각 따위 전혀 없지. 음, 전혀 없어. 그리고.
잘 챙기고 다녔어.
역시 대장이야.
뱀 두 마리는 엠블럼 속에서 여전히 함께하고, 뱅뱅 도는 끝에 서로를 본다.
방향은 다를지라도 보는 것은 같다. 그게 된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