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發百中

<WT>

이즈미 vs. 니노미야

이즈미 코헤이는 타치카와 케이가 직접 영입한 타치카와 부대의 슈터로, 타치카와 케이 본인은 잊었을지라도 당시 그가 자신에게 무어라 말하며 꼬드겼는지 선명히 기억하는 당사자다. 꼬드김에 넘어갔던 그때의 결정을 후회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그때를 회상하자면 당시엔 타치카와 케이를 꽤 안타깝게 여겼던 기억도 함께 회상되곤 했다. ‘A급 1위 부대 아즈마 부대를 꺾어버리자’라는 타치카와 케이의 포부는 매력적이었고 카라스마 쿄스케와 쿠니치카 유우의 존재는 이즈미 코헤이로 하여금 타치카와 케이의 제안을 수락하도록 만들었지만, 아즈마 부대의 해산으로 끝끝내 이루지 못한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시 아즈마 부대의 슈터 중 한 사람인 니노미야 마사타카와는 후일 니노미야 부대와 타치카와 부대로 랭크전에서 다시 만나 겨뤄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미와 부대와 카코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네 부대 모두 A급에 속했으므로 랭크전이 열릴 때마다 한 번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대가 되었고, 1위는 타치카와 부대가 차지했지만 그들이 약한 상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물론, 타치카와 부대 ‘보다는’ 약하겠지. 그만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이즈미 코헤이에겐 있었다. 이즈미 코헤이 개인이 갖는 자신감, 자부심도 있지만 부대로서 함께할 때 가장 강한 부대라는 칭호, 훈장, 엠블럼이 자랑스러웠다.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나? 실로 자랑인 것을. 그러한 것을. 그래도 자만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같은 포지션만 따져도 니노미야 마사타카, 카코 노조미 모두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강자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수가 얼마 되지 않은 슈터 포지션에서 A급 정예에 오른 몇 안 되는 자들. 각자의 스타일이 확고하기에 실전을 통해 제 스타일의 빈틈을 확인하고 보완할 뿐 누군가에게 머리 숙여 배우지는 않는 자들.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이즈미 코헤이였다. 니노미야 마사타카가 제게 머리 숙여 가르침을 청하기 전까지는.

“좋아요.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오래전 타치카와 케이가 저를 무작정 쫓아다니며 꼬드겼던 날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생각하지만 분란을 막기 위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기로 한다. 거절하기도 어렵게 다들 보는 앞에서 대뜸 머리 숙여 청하는 니노미야 마사타카를 보며 이즈미 코헤이는 한숨을 내쉰다. ‘합성탄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죠.’ 이즈미 코헤이가 ‘어쩌다’ 만들어 낸 합성탄은 두 개의 슈터 트리거를 조합해서 쏘아 보내는 공격으로, 두 속성이 합쳐져 기존 하나의 트리거를 사용할 때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곤 했다. 이즈미 코헤이의 특기이기도 했다. 그가 만들었으니 당연하지만. 그렇지만 니노미야 마사타카에게 이를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잘? 말이야 쉽지. 말이야 쉽다. 그러니…….

“천천히 배울 생각은 없으시죠?”

당연한 말이라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가장 빠른 방법은 아무래도 이거죠.”

이즈미 코헤이는 니노미야 마사타카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가르칠지는 이즈미 코헤이의 자유이리라. 이즈미 코헤이의 양손에 잘게 쪼개진, 여러 입방체가 모여 하나의 정육면체를 이루는 슈터 트리거가 각각 하나씩 떠오른다. 아스테로이드, 그리고 하운드. 곧이어 메테오라. 그 뒤부터는 니노미야 마사타카가 배워야 할 것들. 배워야만 하는 것들. 이즈미 코헤이에게 머리를 숙이고, 높은 확률로 타치카와 케이에게 놀림을 당하고, 지나가던 카코 노조미에게도 ‘어머’ 같은 소리를 들을지라도 감수하고 얻어야 할 기술. 공격. 트리거.

호넷이 날아오니 니노미야의 다리를 꿰뚫어버린다.

토마호크가 내리꽂히니 순식간에 트리온 전투체가 박살 나 버린다.

쉴드를 펼치지만 김렛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부서지는 트리온 전투체. 터져나가는 머리. 갈라지는 가슴보다 먼저, 좀 더 빠르게, 민첩하게, 트리거를 조합하고 트리온을 쏘아 내어 견제해야만 한다. 이즈미 코헤이는 상대를 봐 주지 않고 가르치는 타입인가? 평소에도 그러한가? 그리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지금 이즈미 코헤이는 니노미야 마사타카를 몰아붙이며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니. ‘합성탄만 사용해서 공격해 보세요.’ 방법은 알려주었다. ‘제가 니노미야 씨를 쓰러뜨리기 전에. 아, 물론 전 전부 사용할 거예요.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저에게서 100승을 얻어가 보세요.”

니노미야 마사타카의 손에도 날카롭게 쪼개진 정육면체가 떠오른다. 100승. 얻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즈미 코헤이도 과연 그렇게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것뿐이지. 얼마나 빠르게 100승을 얻어낼 것인가. 그러면 자. 시―작.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