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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우리들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진코나



구 보더가, 보더의 전신이었던 이들이 ‘타마코마 지부’라는 이름으로 본부에서 독립하게 되었을 때 코나미 키리에는 솔직히 ‘돌아간다’라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았다. 새로 세워진 깨끗하고 거대한 신식 건물에선 기존 보더 건물에서 느꼈던 ‘집’ 같은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타마코마 지부’의 이들은 잠시 이곳에 머물렀던 이방인이었을 뿐이고 이제는 ‘집’으로, 그들이 본디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지만, 코나미 키리에에게는 ‘돌아간다’보다는, ‘두고 간다’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음이다. 두고 가는 사람. 두고 가는 마음. 따라오지 않는 사람. 따라오지 않는.


기다리다 보면 따라올까. ‘마음이 바뀌었어.’ 같이 가자고 달려올까. ‘기다려줬구나.’


“코나미.”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면 진 유이치가 뒤에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코나미 키리에가 멈춰 서 있기에 어렵지 않게 그를 따라잡은 진 유이치는 코나미 키리에게 안 가고 무엇 하냐는 느낌으로 고개를 까딱인다. 여느 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앞서 나간다. ‘가자.’ 그리고 그로써 코나미 키리에는 그들이 저희를 따라오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 더는 기다릴 사람이 없다. 더는 그들을 따라 올 사람이 없다. 여기에는.


확신이 아닌 확인이다. 진의 눈에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음이다. 그러니 가자. 가자.


“응.”


타마코마 지부는 구 보더의 전신이다. 그들이 곧 기원이고 근본이다. 이곳, 여기, 모든 것은 그들로부터 시작되었고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왜 저희가 꺾인 가지와 같은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사실 그 까닭 또한 알고 있다. 함께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까닭 또한 알고 있다. 함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그들이 돌아갈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먼 별에서.


먼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집이 그들이 돌아갈 곳이라.


“진.”


코나미가 진을 부르자 진이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앞서가는 사람과 부딪치는 미래를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코나미를 올곧이 바라보며 뒷걸음으로 걷는 그에겐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코나미에겐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는 소년. 코나미에겐 짐작되지 않는 앞날을 보는 소년에게 코나미는 그날 이후 한 번도 진에게 묻지 않았던 질문을 건넸다. 사실 그날이 오기 전에는 몇 번이고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카드 게임을 하면서, 야식을 사 들고 오는 어른들을 기다리면서, 경품 추첨 엽서를 쓰면서, 있잖아. 진.


“뭐가 보여?”


그리고 이 질문도 보았을 소년이 어쩐지 서글프게 보이는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우리들.”


충분한 대답이었다. 코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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