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선생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리퀘스트
한때 대규모 소탕 작전을 벌여 해치운 줄 알았던 랫드가 철마다 돌아와 창궐하는 러브x그처럼 다시 한번 세를 불렸을 때, 재발한 무작위 게이트 문제에 엔지니어 테라시마 라이조는 머리를 쥐어뜯다 죄 없는 머리를 놓고 고카페인 음료를 한꺼번에 마셨다. 이번 랫드는 심지어 바x벌레처럼 그새 진화라도 했는지 레이더에도 쉽사리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 정확하게 눈을 꿰뚫지 않는 이상 마치 알을 까는 바퀴x레처럼 수십 개의 더 작은 랫드로 나뉘어 도망쳐버리는지라(이 사실을 최초 발견한 키토라 아이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전투원 사이에서는 저희가 하고 있는 게 방위인지 방역인지 모르겠다는 고충 섞인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빨리 그들 대다수보다 똑똑하고 유능하고 아무튼 멋진 엔지니어들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을 제시해 주리라 믿고 있었고, 확실히 그들 대다수보다 똑똑하고 유능하고 아무튼 멋진 테라시마 라이조를 위시한 엔지니어들은 과로에 죽어가고 있었다. 무작위 게이트 문제는 미카도시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한시바삐, 최우선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현재 고려 중인 방책은 소독차처럼 일정 지역 안의 트리온 병사들을 무력화하는 트리온 입자 공격으로, 과거 미카도시를 침공했던 에네도라의 블랙 트리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벌레 취급이냐며 항의하는 에네도라―드는 무시하고, 테라시마 라이조는 노크와 함께 문을 여는 방문자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활기차게 인사하는 코아라이 노보루와 그보단 덜 활기찬 오쿠데라 츠네유키의 손에는 방금 막 잡은 따끈따끈한 랫드들이 잔뜩 담긴 그물망이 흔들리고 있었다. 테라시마 라이조는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고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그들에게 인사했다. 왔네. 그들은 현재 불가피한 사유로 방위 임무에서 제외되어서, 이처럼 다른 대원들이 포획한 랫드를 엔지니어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알기로 그들의 불가피한 사유는 테라시마 라이조의 다크 서클과 관련이 없지는 않았는데,
“아즈마 씨는 괜찮으셔?”
“아뇨……. 회복할 기미가 안 보이세요.”
사흘 전 미카도 시립대학 학교 건물에서 열린 한 무작위 게이트에서 뛰쳐나온 트리온 병사 하나가 트리온 연구실 인근에서 제압되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트리온 연구실의 피해는 없었지만 안전을 위해 해당 건물의 전기, 수도, 가스가 직후 차단되었고, 트리온 병사의 난동으로 인한 ‘인근’ 대학원생들 실험실의 물적 피해는 막지 못했다. 짧게 결론만 말하자면 아즈마 하루아키의 컴퓨터가 물리적으로 박살 나 사망하였다. 그 사실을 안 그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앓아누웠고(“아즈마 씨―!”), 아즈마 부대는 대장의 병가로 인해 방역…… 아니, 방위 임무에서 제외되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
“거기 두고 가면 돼.”
“네……. 우왓, 다크 서클이 장난 아니세요.”
물론 전투원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몰골이었으니 그래, 돌려 말하지 말자. 새끼 까고 도망치는 랫드가 주는 정신적 타격이 상당하다고들 했다. 물론 그들이 여는 무작위 게이트야말로 진짜 문제긴 하지만, 새끼 까고 도망치는 바…… 아니, 랫드가. 그렇지만 역시 바…… 같은 랫드가(“으아아악!”) 안 그래도 조금 전에는 스와 코타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가 말이 아닌 엔지니어들의 꼴을 보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는 일이 있었다. 저 못지않게 피곤함에 찌든 그를 회상하다 한숨을 푹 내쉰 테라시마 라이조는 실험조 안에 그들이 건넨 랫드를 처박고는 설레설레 손을 흔들었다.
“수고했어. 가서 좀 쉬어. 너희도.”
“저흰 한 것도 없는걸요.”
“그럼 가서 간호라도 하던가.”
“그건 할 수 있겠네요.”
도움이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곁에 있으면 심부름이라도 할 수 있을 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그들을 배웅하고 몸을 돌린 테라시마 라이조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고, 그래서 그들이 그물망을 들고 있을 적에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랫드 한 마리가 그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뽈뽈뽈 기어갔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