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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최강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쿠니치카 이야기



최강의 유닛을 다루는 일에 재미가 없을 리 있겠나.

그것도 최강의 플레이어에게 말이다.


보더 No. 1 부대 타치카와 부대의 오퍼레이터이자 보더 No. 1 게이머 쿠니치카 유우는 No. 1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손에 잡히는 거의 모든 게임에서 거의 승리할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모든’ 게임인 이유는 전통 장기도 게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보더 No. 1 장기 기사는 따로 존재했다. ‘거의 승리할 자신’인 이유는 100% 승률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승리는 존재할 수 있었다. 그것이 타치카와 부대를 No. 1 자리로 올려놓은, 올려놓는 데 일조한 쿠니치카의 재능이었다. ‘오퍼레이터’란 교환원, 통신사 또는 조작자를 의미하기에, 쿠니치카는 그 손에 닿는 ‘유닛’들이 최대 효율을 발휘하도록 ‘조작’할 수 있었다. 쿠니치카에게는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그 손에 쥐어진 유닛이 ‘최강’이라면 더더욱.


일찍이 타치카와 부대는 인원 변동을 제법 겪은 부대로 쿠니치카는 타치카와 케이, 카라스마 쿄스케와 함께 타치카와 부대의 시작을 함께한 일원이었다. 여기에 이즈미 코헤이가 합류한 뒤 세 개의 칼날과 초승달이라는, 그들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탄생했다. 비록 카라스마 쿄스케는 이후 타마코마 지부로 소속을 이전하면서 부대를 변경하지만, 유이가 타케루라는, 쿠니치카에겐 제법 난도 있는 유닛이랄까 새로운 인물이 추가된 이후로도 타치카와 부대의 순위는 변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이가의 존재로 말미암아 타치카와 부대는 최강의 자리를,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이런 취급을 받는 유이가에겐 그리 미안하지 않다. 강해져라). 그리고 자신은 그러한 최강의 오퍼레이터지. 중의적인 문장의 의의에 관해선 문학 시간에 설명을 들은 것도 같지만 기억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순간 ‘클리어’에 있어서 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사실일 테니 잊어도 지금 당장은 무방하리라.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타치카와와 처음 만나 부대의 오퍼레이터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쿠니치카는 그의 눈에서 격자 진 게임의 맵(Map)을 연상했다.


아무리 자타공인 게임 중독자인 자신이라도 사람을 게임 유닛과 착각하지는 않는다. 은유법, 그런 것이지. 문학 성적이라고 해서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기억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그 정도는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100% 승률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그라고 해서 100% 승률을 자랑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게임과 같이, ‘최강의 유닛’을 마주한 기분이란. 그걸 알아본 기분이란 말이다.

가히 ‘희열’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최강의 플레이어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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