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
- gwachaeso
- 3월 18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19일
<Fate Zero>
코토미네 이야기
열망이 큰 자를 일곱 뽑아 영령의 주인으로 삼는다던 성배는 사람이 가진 열망의 양을 재는 것일까, 질을 재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코토미네 키레이는 자신을 잰 자의 눈금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제 눈 앞과 눈 뒤를 빙빙 도는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손에는 일생 간구하고 갈망한 것이 있느냐 묻는 듯한 붉은 칼자국이 새겨졌지만 그에게는 마땅한 것이 도통 짚이지가 않는다. 대저 종교인에게는 종교가 무엇보다 으뜸이기에 그가 지금 차려입은 수도사의 복장을 본다면 신을 향한 그 신앙이 그 열망의 정체가 되어야 할 것을! 그러나 그의 신이 기다릴 대답은 그의 심중에서부터 정체되어 입 밖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고로 그는 입으로는 무수히 신을 찾되 영으로는 단 한 번도 그와 접하지 아니한, 달지도 쓰지도 아니하여 무미한, 뜨겁지도 차지도 아니하여 미지근한, 사물과 다름없는 무용지물로 자신을 관망하고 있었다. 후일 만국의 만왕, 열방의 우두머리로 스스로 칭하는 자에 의해 그 관망이야말로 열망임을 지적받기 전까지. 유열(流悅)이야말로 유열(遺烈)이라도 되는 듯 구는 왕과 마주하기 전까지 여기 이자는 저를 두고 빙글빙글 도는 이들의 중심에서 그들의 열망에 부응하길 요구받는다. 말이야 달리하지만 그들의 열망은 오롯이 그들 자신의 것이지 말하는 것처럼 모두의 여망이진 않으리란 것을 관철하면서. 관망한다. 열망을. 열망이 큰 자를 일곱 뽑아 영령의 주인으로 삼는다던 성배가 과연 그에 어울리는 자를 재어 뽑은 것을 그가 아는 날은 오는가. 오긴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