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비자림

부적

  • gwachaeso
  • 4월 23일
  • 2분 분량

<WT>

우루로쿠



옷을 짓는 것도 아니고 조그만 부직포를 서로 맞대어 면실로 꿰매는 단순한 작업에 열 손가락 모두에 붕대를 칭칭 감는 것은 만화에서나 볼 법한 과장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실로 로쿠타 리카가 우루시마 와타루에게 자그마한 부적을 내밀었을 때 로쿠타의 손가락은 붕대 한 줄 감겨있지 않고 멀쩡했더랬다. 하지만 손가락을 살피나 부적을 살피나 눈동자를 티 나게 굴릴 일은 없었기에, 로쿠타는 우루시마가 제가 내민 부적을 보고 있는 줄만 알았다. 우루시마 또한 제가 무엇을 보는지 말하지 않았으니 그로선 착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재봉 실습을 하는 시간이 있어 실습을 마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만드는 것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고 내민 작은 부적은 로쿠타의 표현처럼 볼품없다고 말할 순 없었다. 한 가지에 집중할 때 로쿠타의 집중력은 바늘처럼 날카롭다. 무서울 정도로 일정한 간격으로 오차 없이 놓인 바늘땀을 보던 우루시마가 로쿠타에게 물었다. 네 건?


“내 거……?”


자기 건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던 걸까? 부적을 직접 만들 땐 보통 선물 목적으로 만들곤 하니 자기 걸 잊는다 한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로쿠타는 직접 현장에 가서 전투에 나서진 않는 오퍼레이터다. 부적이 필요할 만큼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음…… 하고 목을 울리던 로쿠타가 이윽고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앞서 우루시마에게 주었던 것과 크기와 생김새가 별반 다르지 않은 부적을 하나 꺼내놓았다. 그에게 선물로 주었던 것과 비교하면 바늘땀이 조금 흐트러졌다는 차이점은 있겠지만, 여전히 볼품없다고는 말할 수 없이 아기자기한 부적이었다. 로쿠타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으레 그러듯 어색한 미소와 함께 딱 봐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내버린 첫 작품을 제 것으로 소개했다.


“꼭 달고 다니진 않아도 되니까…….”


부담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며 손을 젓는 로쿠타를 앞에 세워두고 제 손에 놓인 부적을 내려다보는 우루시마다. 어디에 매달지 고민하는지, 아니면 어디에 쑤셔 넣어놓을지 고민하는지. 어느 쪽이든 고민한다는 것은 이에 관해 생각한다는 의미이기에 로쿠타로선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을지도 몰랐다. 우루시마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우루시마는 부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신에 불과하다고, 한심한 짓거리라고 생각할까? ‘아무래도 좋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부적이란 효과만 있으면 그만인 물건이 아니던가. 효과가 있으면 좋은 거고 없으면 뭐, 바란 적도 없으니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를 알면서도 부적을 선물한 로쿠타의 마음은 비교적 분명하다. 그래도 가능하면 예쁘게 만들어야 담아놓은 마음을 흘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장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부적을 건넨 그 마음으로 부적에 기원이 깃든다. 언제나 무사히, 다치지 않기를. 안전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어느 정도로 담길 수 있는지 그런 건 모른다. 무너진 본부 건물, 잔해를 바라보며 선 우루시마 뒤로 로쿠타가 달려온다. 우루시마, 괜찮아!? 오퍼레이터들에게도 기본적인 트리거가 주어지기에 다행히 한 번은 여분의 목숨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무너진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고역이라 팔다리는 온통 먼지투성이에 여기저기 입은 타박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살아있었다. 생명에 지장 없이, 멀쩡히. 그를 보다 우루시마는 다시 발치로 시선을 돌린다. 찢어진 천 쪼가리가 바위 밑에 깔려 있었다. 오래전 로쿠타가 만들어준 부적…… 이 아니다. 부적과 비슷한 색깔을 한, 말 그대로 천 쪼가리일 뿐.


하지만 이 난리통에 무사히 챙겼을 것 같지는 않았다. 휴대전화 같은 연락 수단이나 학교에서 메고 왔을 가방 같은 것은 모두 무너진 건물 안에 있을 게 뻔한지라 실로 우루시마가 로쿠타에게 다소 뜬금없이 부적에 관해 물었을 때 로쿠타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어! 하고 얼굴을 흐렸다. 그러나 그는 부적을 잃어버린 것보다, 그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에 더 놀란 듯했다. 그야 그렇겠지. 그 뒤로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거나 부적을 주머니 밖으로 꺼낸 적도 없으니까. 다만 그는 로쿠타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뿐이었다. 차분히. 고저 없는 목소리로.


“새로 만들어야겠네.”


기원을 담은 주머니가 하나 더 필요하겠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