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
- gwachaeso
- 3월 28일
- 2분 분량
<WT>
구 아즈마 부대 이야기
카코 씨, 남자 친구가 생겼대요. 말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말을 덧붙이면 작전실에 모인 세 남자의 시선이 츠키미에게로 한순간 몰려들었다. 카코에게? 남자 친구가? 하지만 곧바로 흩어지는 시선이기도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일단은. 먼저 소개해 주기 전까지는 전해 들은 사람 입장상 아는 체,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 만나보지도 못한 타인의 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이지 않은가. 평소라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니노미야와 비슷한 시간대에 하교하여 작전실에 있을 카코가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고 있을 때, 오는 길에 카코와 만나 사정을 전해 들었다는 츠키미의 전갈은 ‘그래도 데이트 때문에 지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카코의 전언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자신이 호언장담한 대로 시간에 맞춰 작전실로 들어온 카코는 어쩐지 평소보다 더 표정이 밝아 보이고 즐거워 보였으니 그러려니, 그럴만하니 웃으며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다리면 될 뿐이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건 아즈마뿐이었던 것 같지만(니노미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고 미와는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모르는 사람 특유의 애매하고 모호한 표정으로 카코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오래지 않아 평소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그렇게 삼 개월쯤 흘렀을 때일 것이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연인지 알아야 하겠다는 결의가 서는 날은.
그날도 마찬가지로 츠키미로부터 조금 늦을 수도 있다는 전언을 받은 세 남자는 이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각자의 할 일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미리 전한 사과가 무색하게 시간에 맞춰 작전실로 들어온 카코를 보기 전까지는. 문이 열리고 고개를 들면 황망한 정신을 채 수습하지 못해 트리온체로 전환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카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위치상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한 미와는 그만 어깨가 조금 위로 튀어 오를 만큼 놀라고 말았더랬다. 아마 보더에서 카코를 발견한 모든 이가 그랬을 테니 미와를 탓할 일은 아니겠지만 미와가 옆에서 튀어 오르니 카코가 들어왔겠거니 하고 고개도 들지 않던 니노미야도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가 긴장 상태로 돌입하고 말았다. 행동으로 옮긴 건 아즈마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살피는 이른바 어른의 면모.
“무슨 일이니. 카코.”
―였지만.
“아즈마 씨.”
“응.”
“미워요.”
“응?”
“밉다고요!”
빽 소리를 지른 후 으앙 울어버리는 카코에 휴지를 가지러 갔던 츠키미가 황급히 돌아와 카코를 감쌌다. 잠시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겠냐는 츠키미의 제안에 카코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작게 고개를 끄덕여 남은 사람들에게 눈짓하고 작전실을 나갔다. 남은 건 작전실에 모인 세 남자뿐. 선 채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남자와 그를 향해 미심쩍은 눈빛을 던지는…….
“얘들아, 이게 무슨 일이니.”
“아즈마 씨.”
“난 모른다. 정말로.”
“정말 모르세요.”
“니노미야.”
“잘 생각해 보세요.”
“슈지?”
아즈마 하루아키, 22세. 보더에 입대하고 부대장이 되어 아이들을 이끈 이래 최대의 시련이 찾아왔다. 네이버로부터 비롯된 것도 아닌 시련이. 그럼 억울하지나 않지.
진짜로?
“카코 씨, 남자 친구랑 헤어졌대요.”
이번에도 말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덧붙이면 작전실에 모인 세 남자의 시선이 츠키미에게로 몰려 떨어질 줄을 몰랐다. 헤어졌다고? 평소라면 서서히 각자 보던 것들, 서류라던가 하는 것들로 돌아갔을 눈이었다. 그럴 수 있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그들이. 하면서. 그랬다면 그랬을 아즈마의 입장. 아직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볼 수 있는 아이들이니 그럴 수 있다. 니노미야의 입장. 그런가 보지. 미와의 입장. 그렇구나. 이 역시 섣불리 아는 체, 아는 척하지 않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지 않는 것이 예의였고, 그들은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관련 있나?)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쪽이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니?”
“네.”
그렇구나. 그런가 보지. 그럴 수 있지.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만.
“그래서 나는 왜……?”
황망한 정신을 간신히 수습한 아즈마가 자신을 가리키며 츠키미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니, 다른 애들이었어도 마땅한 충격이겠으나 역시 다른 사람도 아닌 카코에게서 ‘밉다. 정말 밉다. 세상에서 제일 밉다.’ 같은 발언을 들을 줄은 알지 못했을 테니. 그에 츠키미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