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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 gwachaeso
  • 4월 3일
  • 4분 분량

<WT>

조에카게

해일님 생일 연성



錯覺: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



키타조에는 카게우라와 여덟 번에 걸친 일 대 일 승부 끝에 서로를 인정했다. 원래부터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뚱보는 어쩌다 그와 여덟 번이나 싸워야 했을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문장의 그다음 토막이다. ‘서로를 인정했다’. ‘서로’. 명사.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 부사로는, 관계를 이루는 둘 이상의 대상 사이에서, 각각 그 상대에 대하여. 또는 쌍방이 번갈아서. 다시 말해 본인이 아닌 타인을 인정하지 않은 건 쌍방 모두였다. 카게우라야 제법 모난 성정의 원인을 그가 가진 어떠한 부작용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니 타인을 쉽게 인정하지 않은들 이해할 수 있었다. 두려움, 신뢰, 미움, 감사, 경멸, 존경, 기대, 걱정. 자신에게 향하는 타인의 의식이나 감정을 통각으로 감각하는 그에게 표리상응하지 않은 자는 그를 기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는 차치하고 키타조에는 왜? 카게우라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여덟 번이나 싸운 끝에야 그가 인정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카게우라의 사이드 이펙트는 종종 ‘착각이 아니냐’라는 말로 무시되곤 했다. ‘착각이야. 아무도 널 보며 그런 생각 하지 않아. 다 네 상상이 아니니?’ 그러나 착한 아이가 되어 모두의 따스한 시선을 모으기엔 아이의 이가 너무나 뾰족한 게 탈이 되었다. 모른다면 착한 아이가 될 수 있었겠지. 설령 알았을지라도 모른 척하면 모두가 여전히 너에게 친절할 거야. 하지만 넌 모른 척하지도 못하고 앨저넌(<앨저넌에게 꽃을>, 다니엘 키스 저)과 달리 다시 돌아갈 수도 없지. 물어뜯은 뒤엔 꽃을 받을 수 없다고. 누가 그걸 모른대? 꽃 같은 걸 누가 바란다고?


그럼에도 짓밟은 적은 없다. 당초에 화단의 꽃은 제 것이 아니고, 설령 제 것이라고 한들 누군가 억지로 손에 꼭 쥐여줬을 꽃을 내던질 만큼 못 되진 않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착각하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착각’.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 감정은 무형이니 실제론 어떠한 형태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에서 세차게 들이밀어지는 감각 따위 실은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통각점에 이르는 자극은 어디서 비롯되었나. 카게우라는 제 감각인데도 그 답을 알지 못한다. 키타조에는 알고 있는가? 그럴 리가.




視角: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



키타조에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왜곡이 무엇인지 아는 자다. 원래부터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뚱보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 싸울 줄 모른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카게우라와 여덟 번씩이나 싸우고 멈추고 다시 싸우길 반복하지 않았겠지. 그는 다리가 느리고, 과녁이 크다는 제 신체적 단점을 알고 있다. 때로 그것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짓궂은 놀림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린아이일 때뿐이지. 그는 자신이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때 상대에게 가할 수 있는 위압에 관해 아는 자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그로선 조용히 침묵을 지켰을 뿐인데 속절없이 발현되기도 한다. 유감스럽게도.


하나 존경하는 선배의 영향으로 상대를 ‘어떻게’ 배려하면 좋은지 알았을 때 그는 실로 뿌듯해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네 착각이야. 나는 널 보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 네 상상이 아닐까?’ 상대를 면밀히 관찰하면 그가 자신을 무엇으로 오인하는지 알기 어렵지 않다. 두려워하는 건 상대다. 두렵지 않은 나는 그들 또한 두렵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다. 푸근하게 웃자. 그러다가 꽃을 받으면 무척이나 기쁜 일이지. 그게 그의 기본적인 자세다. 본디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배려란 자기만족을 위한 강압에 지나지 아니하니, 그는 강압적이지 않다.


하지만 왜 카게우라를 인정하지 않았지? 카게우라의 무엇이 그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했지? 그에 관한 몰이해는 어째서 그가 카게우라와 여덟 번이나 싸운 끝에야 해소되었는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 무엇이 원래부터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뚱보로 하여금 주먹을 날리게 했지? 키타조에가 처음 카게우라와 마주쳤을 때 키타조에는 그에 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생각할 게 따로 없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나 외로 존재하는 너.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불통불양(不痛不癢)이란 말이 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아니하니 이도 저도 아니고 핵심을 찌르지 못하며 피상적이라는 뜻. 이는 뜨뜻미지근한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배려와 형상을 같이 한다. 하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이 혀 안을 뒹구니 삼키지 않고 뱉어내는 것 또한 감수해야 할 일이다. 피부에 닿는 ‘괴상한’ 느낌. 기분 나쁘다고.




一手不通: 한번 둔 수는 물리지 아니함



카게우라는 키타조에와 여덟 번에 걸친 일 대 일 승부 끝에 서로를 인정했다.

카게우라는 키타조에가 제 무엇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제야 인정했는지…….


모른다! 모른다고! 여덟 번에 걸친 승부가 끝났을 때 키타조에는 카게우라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음, 내 생각이 틀렸어. 인정할게.’라고 말했을 뿐 ‘그게 뭔데?’라고 묻는 카게우라에게 ‘별거 아니야.’라고 대답할 뿐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아홉 번째 싸움이 벌어질 뻔했지만 여덟 번째 싸움이 막 끝난 후라 카게우라도 이 이상, 적어도 그날은 키타조에와 더 싸울 의지나 기력을 긁어모을 수 없었다. 이후로도 그들이 다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지난 여덟 번의 싸움처럼 일 대 일로 벌어져 그들만의 결론으로 맺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싸움을 니레가 방해하고, 그들도 에마 앞에서는 주먹질을 하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달한 오늘날. 카게우라 부대는 에마의 바람대로 원정 부대로 선발될 수 있었고, 키타조에가 돌아오지 않은 지도 사흘이 되었다. 키타조에는 엄호 역할이 많은 건너라는 포지션 중에서 단독으로 상대와 맞대응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진 우수한 헤비 건너였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 어태커 없이도 단독으로 전투에 임할 수 있었고, ‘레이더만 보고 쐈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히카리.’ 그 뒤로 이어지는 통신은 재밍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사흘 만에 원정선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 먼지투성이에 군데군데 타박상을 입기는 했지만 제법 멀쩡한 꼴로.


조에 씨의 희생이 가볍지는 않았지? 그 말에 니레는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고 이 원정을 누구보다 바랐던 에마는 조용히 눈물을 쏟아냈으며 카게우라는 그들이 아홉 번째 승부를 벌일 때가 왔음을 알았다. 너 이 자식……. 가능한 한 계속 버텼지. 그만큼 카게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키타조에는 단독으로 상대와 맞대응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진 우수한 헤비 건너지만 그것이 자신의 부대원을 엄호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물러설 순 없잖아. 그렇지? 과연 그랬다. 전장에서는 한번 둔 수를 물릴 수가 없었다. 결국 카게우라는 키타조에에게 주먹을 날렸고 이후 카자마에게 징계를 예고 받았다.




통: ‘전혀’, ‘도무지’의 뜻을 나타내는 말.



카게우라는 키타조에에게 지난날 제 무엇을 인정하지 않았는지 물을 때가 왔음을 알았다. 하나 키타조에는 ‘뭐였지? 기억 안 나는데.’라는 말로 카게우라의 질문을 회피했다. 확실히 여덟 번째 싸움은 상당히 오래전에 있었다. 정말로 기억해 내지 못한다고 한들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실로 카게우라는 키타조에에게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 정도만을 읽어낼 수 있었다.




통: 어떤 일이 벌어진 환경이나 파국



키타조에가 카게우라 부대의 연락을 받지 않았을 때 카게우라는 ‘걱정하는 게 당연하잖냐’라는 말로 ‘많이 걱정했어?’라고 묻는 키타조에 앞에서 주먹에 힘을 주었다. 카게우라는 성정이 제법 거칠긴 해도, 제게 내민 꽃을 거절하는 수는 있어도 억지로 손에 쥐여줬을 때 그것을 내던질 정도로 성격이 나쁘지는 않았다. 설령 모든 것이 제 착각에 불과할지라도 그는 언제나 착각 같은 감각 속에 살지 않았나.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감정은 지금도 제법 어색하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다듬어져 만들어진 감정이라는 것을 이젠 안다.




통: 어떤 이에 뜻이 맞아 하나로 묶인 무리



카게우라는 키타조에와 한 부대가 되는 것에 다소 구시렁대긴 했어도 이를 끝까지 거부하진 않았다. 키타조에가 자신의 무엇을 인정했는지는 몰라도 카게우라는 키타조에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카게우라도 키타조에에게 그의 무엇을 인정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저는 그에게 성질을 부릴 자격이 있었는가? 알 게 뭐야? 싫으면 다시 싸우자고 하던가. 하나 그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쿠루마의 영향으로 점점 보살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와 보살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둘 다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긴 하다.




통: ‘통하다’의 어근



조에 씨와 카게는 여덟 번에 걸쳐 서로를 인정했다. 그것으로 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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